목여 김만용 화백과 함께하는 화첩나들이

《희방폭포 가는 길》
풍기에서 5번 국도를 따라 죽령고개로 오르다가 죽령 검문소 앞에서 오른 편 도로로 들어서서 약 500m 정도 가면 주차장이 나오는데, 그 곳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를 지나 왼쪽으로 난 산책길로 들어서면 계곡물 소리와 산새 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걸을 수 있다.

한참을 오르다가 또 하나의 매표소를 지나 약 50m 정도 가면 관광 안내판이 서 있는 지점에 갈림길이 있는데, 왼쪽으로는 희방사 가는 포장도로이고 오른 쪽으로 난 돌 길이 폭포 가는 길이다.

거기서부터 갑자기 길이 가팔라지는 돌계단을 걸으며 오른편 계곡을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를 감상하며 약 100m 정도 오르다 보면 쩌렁쩌렁한 소리로 계곡을 호령하며 하늘과 맞닿은 곳으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희방폭포의 장관과 맞닥뜨리며 잠시 숨이 멎는 것 같은 감동과 마주하게 된다.

높이 28m로 영남 최고最高의 폭포요, 경북 8승중의 으뜸이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치나침이 없는 절경이다. 폭포 앞에 앉아 잠시 등에 흐르는 땀을 식히고 폭포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 가파르게 난 철제 계단을 오르면 희방폭포가 발 아래로 그 신비한 자태를 드러내는 구름다리가 아슬아슬 걸려 있고, 그 다리를 건너면 신라 선덕왕 12년에 두운대사가 왕명에 의해 창건한 희방사가 가부좌를 틀고 고즈넉이 앉아 있다.
 

희방폭포 앞에 서면

희방폭포 앞에 서면,
팔월 더운 하늘로 부터 부서져 내리는
천상의 눈부신 은빛 가루의 흩날림을 본다.
백 척은 족히 될 듯한 그 높은 곳으로부터
물보라가 하얗게 쏟아지기 때문이다.

희방폭포 앞에 서면,
가슴에 바람구멍 ‘씽크홀’이 휑하니 뚫려
가마솥 삼복더위에도 오히려 춥다.
쏟아지는 물줄기 양손에 나뭇잎 부채 들고
선한 바람을 연신 부쳐주기 때문이다.

희방폭포 앞에 서면,
사바세계에서도 극락을 훤히 볼 수 있다.
머리맡으로부터 꿈속처럼 아스라이 들려오는
희방사 풍경소리와 두운대사 불경소리가
어느새 해탈의 경지로 이끌기 때문이다.

희방폭포 앞에 서면,
이미 백여 년 전 나무꾼을 버리고 하늘로 떠난
무정한 그 선녀가 혹 다시 올까 기다려진다.
하늘처럼 푸르고 면경처럼 맑은 폭포수 고인물은
선녀 ‘목간통’으로 더 할 나위 없기 때문이다.

희방폭포 앞에 서면,
세상 수많은 번뇌와 고통이 이슬처럼 사라진다.
“걱정 말라” “힘을 내라” 격려하는 함성과
“잘 하고 있어” 도닥여주는 박수 소리가
계곡 가득 메아리로 울려 퍼지기 때문이다.

이제, 그대도 그 앞에 서보시라! 
그 곳에서 지상 최고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게 될 것이다.
큰북 두드리는 폭포수 소리, 바이올린 새소리, 
하프 뜯는 나뭇잎소리, 콘트라베이스 바람소리...
필하모닉도 그만한 연주는 어렵기 때문이다.

- 2017. 8.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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