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근(연세소망치과 / 치과보철과전문의)

예전에 비해 전반적인 구강 상태가 많이 증진되었다고 해도 아직 치아가 없어서 저작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력이 된다면 전체적인 치료를 통해서 모든 치아를 수복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전신적인 건강상의 문제로, 경제적인 문제, 시간적인 문제로 인해 모든 치아를 수복하는 것은 사실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특별한 문제없이 식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치아의 개수는 몇 개일까.

자연치아 아끼기 운동본부와 단국치대예방치과교실이 연구한 ‘한국인 노인층의 잔존치아 수에 따른 저작능력과의 관계 연구’의 결과를 살펴보면 이에 대한 적절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연구팀은 한국인이 자주 섭취하는 음식을 문제없이 씹기 위한 최소한의 치아 개수에 대한 연구를 진행 했는데 60세 이상의 한국인 600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우선 연구팀은 한국인이 자주 섭취하는 대표적인 음식 10가지를 선정하여 0에서 10까지의 강도 순위를 정했다.

즉, 강도가 높아질수록 씹기 어려운 음식인 셈이다. 강도 순위를 살펴보면 물이 0, 두부가 1, 쌀밥이 2, 삶은 달걀 흰자가 3, 배추김치가 4, 육류가 5, 깍두기가 6, 사과가 7, 땅콩이 8, 마른 오징어가 9, 사탕이 10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강도가 1로 가장 낮은 두부를 잘 먹기 위해서는 최소 잔존치아가 3개가 필요하며, 쌀밥을 잘 먹기 위해서는 최소 잔존치아가 4개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삶은 계란을 잘 먹기 위해서는 최소 8개의 잔존치아가 필요하며, 배추김치를 잘 먹기 위해서는 최소 12개의 잔존치아가 필요하다.

즉, 최소한의 음식이라 할 수 있는 쌀밥과 두부를 잘 먹기 위해서는 잔존치아가 4개는 있어야 하며, 한국인의 주식이라 할 수 있는 쌀밥과 김치를 잘 먹기 위해서는 잔존치아가 12개는 있어야 한다.

그리고 육류를 씹기 위해서는 최소 18개의 치아가 있어야 하고, 깍두기는 적어도 25개의 잔존치아가 있어야 잘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조사대상의 노인들 중 대부분은 마른 오징어와 땅콩의 저작을 힘들어 했으며, 이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잔존치아가 32개 이상 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55세 이상의 연령층 국민의 평균 잔존 치아 수는 19.04개라고 한다. 이러한 통계만 봐서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적절한 저작 능력을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작 능력에 대한 설문에서 ‘나쁨’으로 응답한 대상자가 32%를 차지한 것을 보면 상당히 많은 노인들이 저작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전신적인 건강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므로 최소한의 식사를 위한 잔존치아 보존을 위한 노력이 꼭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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