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우표 한 장 붙여서 

천양희

꽃 질 때 널 잃고도 난 살아남아
은사시나무 잎사귀처럼 가늘게 떨면서
쓸쓸함이 다른 쓸쓸함을 알아볼 때까지
헐한 내 저녁이 백년처럼 길었다
오늘은 누가 내 속에서 찌륵찌륵 울고 있다

엄마는 오랫동안 당뇨를 앓으셨다. 합병증으로 시력도 많이 안 좋으셨고, 체력도 약해지셨지만 가족을 위한 사랑으로 하루 종일 집안일을 끌어안고 사셨다. 힘이 덜 드는 빨래를 개거나 손자들 재롱을 보실 때는 버릇처럼 나에게 넋두리를 하셨다

“아야, 내가 죽거든 절대 선산에 묻지 마라. 머 좋다고 죽어서도 시댁식구들과 있다냐. 집 근처 가까운 공동묘지에 꼭 묻거라”

살면서 죽는 애기를 왜하냐며 타박이나 놓고 엄마의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자 가족들은 땅 끝 바닷가 언덕에 서둘러 묻었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10년이 되었지만 멀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찾아뵙지 못했다.

비올 때마다 엄마의 무덤이 떠내려 갈까봐 우는 청개구리처럼, 명절이나 기일이 되면 엄마의 약속을 저버리고 멀리 혼자 선산에 모신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며 가슴을 친다.

‘엄마, 하늘나라에서 잘 계시죠.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요. 오늘따라 울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네...’

<박연미-영주시낭송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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