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상(148아트스퀘어 사무국장)

▲ 주말 풍경

주말에 영화관에서 최근 개봉작인 스필버그 영화를 봤다. 웅장한 사운드와 화면은 오랜만에 경험해보는 문화생활이자 영주 안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소비였다. 오랜만에 거장의 영화는 감동적이었고 옛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의 가상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근저에는 1980년대 대중문화 아이콘들이 심어져 있어 낯익음과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거장의 귀환이었다. 옛날 E.T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빛그림자를 만들었던 그런 추억 말이다.

생각보다 관객 수는 많지 않아서 극장의 공간이 더욱 커 보였다. 서울로 올라가기 위해 항상 이곳에 들러 동서울행 버스를 타고 올라갔던 경험만이 있던 이 장소가 새롭게 기억되는 순간이었다. 영주에 계신 모든 분들이 이런 경험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영주육교 주변 영주동은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경계쯤인 그냥 스쳐지나가는 구석진 동네였다.

중앙시장과 후생시장으로 이어지는 구도심의 동선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주말에 북적거리거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가 그리 쉽지 않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로 1층 텅 비어 있는 상가매장과 구도심으로의 풍경은 여느 때와 같았다. 

깔끔해진 지하 주차장과 빵집과 커피점, 게스트하우스와 공예점들과 주말 프리 마켓 등이 그곳을 채우고 있다. 가까이 365전통시장까지 가세해 더 이상 영주의 매력에 빠지지 않고서는 안 될 정도로 많다.

최근 도심 내 여행을 유도하여 외지인들에게 영주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각고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사실 투자대비 이 정도라면 사람들이 북적거리고도 남을 정도여야 하는데 그만큼 고생한 것에 비해 그렇게 효과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극장 안에서 학생들이 여러 명 모여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지는 부분도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 1970년대 영주풍경
70년대 영주의 모습은 대형극장이 두 개나 있었다. 영주극장과 영보극장이 지금의 삼성생명 좌우로 있었다. 영화 광고판을 직접 페인트로 그려냈던 시절이었다. 지하로 이어지는 마법의 영화관은 늘 가슴 설레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한 달에 한두 번 초등학교 단체관람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킬링 필드’라는 베트남전쟁의 실상을 알리는 영화를 보고 며칠 밤을 울었던 추억이 있다. 친구들과 단체로 박수를 치면서 관람한 마징가제트와 우뢰매는 최고의 영화였다. 그때는 표 파는 누나가 껌을 씹으며 티켓을 나눠주던 아련한 풍경도 기억난다. 

모두들 1970년대 풍경을 영주의 부흥기로 보고 계신다. 연초 제조창과 철도청이 지역의 근로자에게 경제적인 환경을 마련해 주었고, 그 고단한 노동 뒤에 필요한 음주가무는 역세권으로 형성되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형성과 영주역 근처 번개시장과 후생시장 그리고 중앙시장은 고단한 세월을 견디게 해주는 시민 광장이었을 것이다. 아직도 원당로 오일장은 그 옛 추억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 냄새나는 옛 추억은 이제 기억 속에만 존재 할 뿐이다. 어릴 적에 엄마랑 함게 사먹었던 어묵과 부침개를 잊지 못해 전통시장을 다시 찾게 만드는 노스탈지어가 아닐까.

▲ 영주와 안동사이
안동의 발전 모습을 보면 영주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영주와 안동사이 10년이라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말도 익히 들어왔다. 옥동 택지 조성이라던가 전통시장과 명동거리며 얼핏 닮은 도시의 발전 모습이 엿보인다. 안동댐과 영주댐에도 그 닮은꼴을 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안동의 발전모습은 곧 영주의 미래모습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지금 안동의 모습은 대학교 5개와 예술의 전당을 소유하고 있어도 여전히 인구 공동화 현상과 인구감소, 청년유출 현상이 있다.

이제 지역은 전체적인 소멸단계로 진입했음을 우리가 인지해야 한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개발과 재생에도 불구하고 우리지역은 딱히 가볼만한 곳이 애매하다는 것이 안타깝다. 하나의 주제만으로도 부족할 판에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어서 막상 추천하는 곳으로 가보면 볼 것이나 체험할 만 것도 전무하다고 봐야한다. 소도시의 과잉된 팽창욕구가 보인다. 무엇이 중한지 모르는 붕어빵 만들기 식 도시재생과 팽창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안동도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있을 터인데 영주의 재생사업의 폐단을 검토하여 같은 실수를 번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역 자생의 길은 눈물겹고 절박함이 있어야 겨우 유지라도 할터인 데 짓고만 마는 운영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없이 예산만 쓰는 프레임을 하루 이틀 본 게 아니기에 더 기대는 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은 여전히 생존한다.

우리가 경북북부 지역에서 영주와 안동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차별될만한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 많은 예산 다 털어먹고 겨우 새로 지은 건물을 구경하고 먼 거리를 참고 이곳으로 여행 오겠는가. 기가 찬다. 우리는 늦어도 한참 늦다. 오히려 늦는 것을 역으로 강점을 삼아보면 어떨까?

▲ 현실풍경
영화를 본 후 오랜만에 후생시장 안에 있는 청주 식당에서 연탄구이를 먹어본다. 예전에는 좁고 미로 같은 골목길 사이로 고추 지게를 진 고추 상인들이 바삐 오갔을 것이다. 일본식 적산 가옥 형태를 볼 수 있는 역사적인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해 예전의 틀만 남아있고 대부분 새 건물이 되어버렸다. 재래시장의 시대적인 온기를 느끼기는 아쉬움이 남는다. 구시가지가 재생사업으로 인해 신 도시화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먹먹함이 밀려온다.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은 드물고 연탄 연기만이 골목길을 메운다. 연탄불에 고등어를 굽는 노모가 굽은 허리를 일으켜 세우고 환하게 미소 짓는다.

중앙선복선화사업으로 신설 영화관 옆 영주육교는 곧 철거된다고 한다. 철길아래 공원이 조성되고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앞으로도 영주의 모습은 변화 속에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주는 소백산, 부석사, 선비촌 등 조선 시대 이전 역사가 도시를 대표해왔다. 이제는 근현대의 이미지를 표방하는 듯 해 보인다. 

신도시를 표방하는 늦바람 난 과한 욕심이 소중히 다뤄야 할 구도심의 모습을 앙꼬 없는 찐빵 같은, 전혀 감성적이지도 향수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신식 인테리어 모양새로 변하는 것만 같아 전체적인 사업방향을 다시 잡아야 할 것 같다. 뭣이 중한지 다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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