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으로 웃음 짓는 삶[1] 영주노인복지관 정덕영 강사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체 82.4년을 산다. 남자는 79.0년, 여자 85.5년이다. 1970년부터 매년 평균수명은 5.5개월씩 늘어나고 있다. 시대는 변화되고 점점 노년의 삶이 늘어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시골학교 교육환경개선으로 장점 살려
스마트폰 교육으로 세상과의 소통이어

“선생님, (스마트폰 앱)다운이 안돼요?”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영주시노인복지관 스마트학당에서 컴퓨터활용반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한 노년의 학생이 스마트폰을 들고 선생님을 찾는다. 지난 수업에서 배운 것을 복습하기 위해서다. 문수초등학교를 마지막으로 2014년 8월 퇴임한 정덕영(66) 씨는 이곳에서 다시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불러지고 있다. 42년간 교직에서 들었던 ‘선생님’이지만 교육대상자들의 나이 차는 너무나도 크다. 현직에서 유·초등생을 상대로 가르쳤다면 지금은 또래이자, 몇 년 선배인 이들에게 컴퓨터활용반 선생님으로 교단에 선다. 그는 어떻게 다시 선생님으로 불리게 됐을까.

▲시골학교와의 남다른 인연
풍기가 고향인 정덕영 씨는 풍기초, 풍기중, 풍기고를 나와 안동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부석상석초등학교에서 첫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22세였다. 하루에 다니는 버스가 3~4대 밖에 없던 시절이다보니 처음에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나 하숙을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열중했던 그에게는 승진은 먼 이야기였다. 그러나 동료들이 하나둘씩 진급하는 모습을 보면서 뒤늦게 관심을 갖고 봉화군, 울릉도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영주로 왔다.

42년 교직생활 중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문수초등학교이다. 2006년 그가 교감으로 부임했을 당시 전교생이 46명이었던 학교는 총 5학급으로 두 학년이 복식학급으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이마저도 줄어 4학급이 될 상황이었다.

“문수지역이 시내와 가까워 학부형들이 경제력이 있고 사업이나 직장을 다니는 경우에는 시내학교로 아이들을 보냈지요. 학급수가 줄어들어 복식학급이 되면 아무래도 아이들의 교육에도 영향이 있기 때문에 퇴근 후에 일일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상담을 했지요”

문수지역 외에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파트를 찾아가 학부모들을 만났다. 시내지역에서 면지역의 학교로 오면 좋다는 장점을 설명했다. 지금은 시내지역에서 면지역으로 학생들의 입학이 많지만 그때 만해도 문수초가 가장 처음 시도했던 일이다.

그는 먼저 학부모들에게 면지역 중 유일하게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는 장점을 설명했다. 인원수가 적기 때문에 학생들 개인별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도 덧붙였다.

“당시 문수초는 다른 학교와 차별되는 재능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바이올린을 10대를 구입해 연습을 시켰어요. 연습 모습이 찍힌 사진을 학부모들에게 보여줬죠. 그리고 안승현 교장이 퇴임하면서 학생들의 안전을 생각해 선물한 스쿨버스도 이야기 했지요”

다양한 교육혜택과 버스운행으로 통학의 불편함 없이 다닐 수 있다는 말에 학부모들은 관심을 보였다. 차츰 소문이 나면서 2007년 전체 4학급으로 줄어들 위기에 있던 문수초는 입학생이 증가해 6학급으로 늘었다.

“도심학교와 달리 학생 수가 적다보니 전 교직원이 관심을 가질 수 있어요. 시내학교에서 많은 아이들과 어울리기 힘들어했던 한 아이는 시골학교로 오면서 시골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적응해 이듬해는 전교어린이회장을 맡을 만큼 내적으로 많이 성장했지요”

이후 문수초는 대기자 순번이 있을 만큼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뿌듯해 했다.

정년을 몇 년 앞두고 그는 문수초로 다시 부임해왔다. 그리고 학생들의 교육환경개선에 남은 시간을 보냈다. 유치원이 활성화 되면 입학생은 저절로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에 낙후된 유치원시설을 새롭게 바꿨다.

또 몇몇 악기만 배웠던 아이들을 위해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다양한 악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공연무대에도 세웠다. 학생들이 비나 눈, 바람이 세게 불어도 뛰놀 수 있는 튼튼한 체육관도 건립했다. 좋은 교육환경이 더불어 마련되니 유치원생도 늘어나 유치원 교실도 확대했다.

▲최신 컴퓨터는 내가 먼저
그는 안동교대 과학연구반을 나와 교직에서도 과학관련 업무를 맡았다. 과학대회, 과학상자, 모형항공기, 라디오조립 등등. 그러다보니 DOS를 사용하던 교육용 컴퓨터가 1~2대 나오기 시작할 때는 담당자로 다양한 교육활동을 도맡아했다.

“컴퓨터 연수는 매년 60시간, 120시간 교육받았지요. 교육용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생겨서 배웠어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활용할 수 있는 교육용소프트웨어를 개발했지요”

이를 계기로 1995~6년 경북교육용소프트웨어공모전 동상, 은상을 받았다. 이어 다음해에는 금상을 수상하고 전국대회 출전혜택이 주어져 같은 작품으로 전국교육용소프트웨어공모전 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외에도 e-러닝자료제작 활용연수를 수료하는 등 학생들의 보다 나은 교육활동을 위해 노력해 왔다.

▲봉사하며 도전하는 삶으로
어린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앞장서왔던 그가 퇴임이후 노년의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올해부터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그가 선생님이 되는 시간이다.

지난 2014년 8월 퇴직을 앞둔 시점 만해도 그는 나름의 준비와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현실로 들어섰을 때는 계획대로 되지 않았단다. 2달여를 쉬고 영주평생학습센터에서 빵 굽는 것, 바리스타도 배우고 시민대학에서 강의도 들었다. 기회가 되는 대로 찾아다녔고 듣고 배웠다. 그러다 든 생각은 남을 위한 봉사였다. 그래서 상록봉사단에 가입했다. 작은 봉사지만 보람도 있어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도시락 봉사도 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도왔다. 기쁨도 얻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에 노인복지관에서 재능기부강사모집공고를 보게 됐다고.

“컴퓨터라면 오랜 시간 해왔던 것이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컴퓨터 기초와 스마트폰 사용방법, 동영상지도 등이 가능하니 찾아갔죠. 그렇게 시작했는데 지금 참 좋고 보람돼요”

이해하기 쉽게 가르치고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설명하니 배우는 복지관 회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개별적으로 스마트폰 동영상교육을 요구할 만큼 재미에 푹 빠진 어른들도 있단다.

그의 강의가 알려지면서 5월말부터는 2달 동안 영주우체국에서 재능기부로 실버 스마트폰 교육을 진행한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는 자식을 가르치는 마음으로 대했다면 지금은 또래, 선배들에게 친근한 마음으로 다가가요. 배우려는 열정도 대단하죠. 밴드를 만들었는데 그날 배운 것을 연습해 올리기도 해요. 이 일을 잘했다 싶고 보람이 커요”

자신에게 다가온 일은 살아가는 순리에 맡기고 싶다는 정덕영 전 교장은 “봉사와 배우는 삶으로 살고 무엇이든 도전하는 마음으로 보다 즐겁게 오늘을 감사하며 살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한 학생이 “선생님 잘 가르쳐 주신다”는 칭찬에 미소를 띠던 그는 다른 학생의 질문에 바로 선생님 자세로 돌아섰다.

김은아/윤애옥 기자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