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으로 웃음 짓는 삶[2] 자전거로 전국일주 장도순 전 문경교육지원청교육장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체 82.4년을 산다. 남자는 79.0년, 여자 85.5년이다. 1970년부터 매년 평균수명은 5.5개월씩 늘어나고 있다. 시대는 변화되고 점점 노년의 삶이 늘어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책을 사랑하다 자전거 매니아로
마음껏 즐기는 전국의 자연풍광

“집에 와서 퇴임 후 지난 12년을 되돌아보니 시도하고 공부했던 분야가 무척이나 다양했네요”

43년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최근 자전거로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장도순(74) 전 문경교육지원청교육장을 지난 3일 만났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난 후 1시간 여가 흘렀을 때쯤 이 같은 문자를 보내왔다.

“어린 아이가 넘어지는 것이 겁나 걷는 것을 포기하는 아이를 본 적이 없습니다. 수없이 넘어져도 결국은 걷고 뛰기까지 합니다. 어른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겁나는 사람은 아무 것도 못하고 맙니다. 용기 없는 사람들은 안 되는 구실부터 찾습니다. 위험하다고...”

그는 퇴임 후 조금 익혔던 골프도 쳐보고 선배들의 권유로 아침운동으로 테니스도 했다. 낮에는 사군자, 오카리나, 색소폰 등을 배우며 바쁘게 살았다.

이런 가운데 자전거를 만난 그의 삶은 자연을 즐기고 머무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자전거로 새로운 도전과 성취감을 만끽하는 생활을 들어봤다.

▲책 즐기던 청년, 영주와의 인연
춘천이 고향인 그는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대규모 공연이 열려도 그는 책을 읽었다. 그의 어머니가 ‘넌 이상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책을 가까이 했다.

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책읽기에 몰두했던 그는 교직에 있을 때도 책을 가까이하고 읽고 찾고 보고 배우며 아이들과 교사들이 생각하고 행동해야할 말들을 전했다.

아직도 아이들의 교육에는 열을 올리며 이야기하는 그의 첫 교직생활은 63년 3월 봉화 법전초등학교에서 시작됐다. 영주, 예천, 문경 등을 돌며 교사, 교감, 교장, 장학사, 교육장을 지냈다. 그리고 2006년 봉현초등학교에서 교장으로 퇴임했다. 춘천이 고향이고 춘천사범대를 나온 그가 영주와는 어떤 인연이 닿았을까? 청년시절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표정이 저절로 환해지는 그가 아내 황옥순 씨와의 만남을 회상했다.

“봉화 법전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고 이후 군대를 다녀왔지요. 제대 후에는 법전중앙초로 발령을 받았는데 법전초에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과 많이 닮은 아가씨가 있기에 집을 물으니 영주라고 했어요. 그래서 황옥자씨를 아느냐고 물으니 언니라고 하더라고요. 참 신기했죠”

아내의 언니인 처형의 초대로 집을 오가다 결혼해 지금까지 영주에서 살아가고 있다. 책을 좋아했던 청년은 교사로 아이들과 43년을 함께 해왔다. 그런 그가 이제는 책을 보지 말라고 말한다. 자전거를 타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부터일까?

▲자전거와 동행을 시작하다
퇴임 전에는 운동의 재미를 몰랐던 그다. 주변에서 MTB를 탄다고 할 때면 다른 사람들처럼 “60세도 넘은 사람이 무슨...”이란 생각이 먼저였다. 그런 그에게 5~6년 후배들이 적극 추천한 것은 자전거였다.

조금씩 타기 시작해 문수면 수도리 방향으로 몇 번 다니다가 조금 먼 곳으로 가봤다. 제일 먼저 자전거를 권한 후배 권태영 전 교장과 단산면소재지에 있는 자장면을 먹으러 출발했다. 그날 뒤에서 따라오던 권 교장은 걱정의 말로 “안 쉽니까”라고 말했다. 장 교육장은 “난 괜찮은데..”라고 말하고 계속 달렸다. 그 후 조금 자신감이 붙어 죽령고개를 갔다. 평지에서도 꽤 먼 거리였다. 죽령까지는 풍기 남원천에서 한 번 쉬고 희방사 초소에서 쉰 후 마지막 정상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나온 말은 “멋지다”였다.

“이젠 멀리 가보겠다며 안동댐에서 상주하천까지 82km를 가자고 했어요. ‘좋다 가자’라며 동의했죠. 이렇게 하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럼 ‘영주에서 부산까지 가볼까?’라는 생각으로 예행연습도 했지요”

기차타고 상주까지 이동한 장 교육장은 자전거를 타고 칠곡으로 이동했다. 이후에는 영주에서 칠곡까지 기차를 타고 거기서 부산 을숙도까지 1박2일로 자전거길을 따라갔다. 이때 김천한, 김호성, 권태영 후배도 함께 달렸다. 을숙도에 다다르니 “내가 참 대단한 일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때의 감격을 떠올리며 장 교육장은 당시 사진을 꺼내 보였다.

“이때부터 어디를 가도 가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간 곳이 당일코스로 춘천에서 양평 양수리(72km) 였어요. 그 다음은 상주에서 인천으로 2박3일을 이동했죠. 천천히 자연을 구경하면 하루 80km를 달리고, 달리는 것이 목적일 때는 하루 150km를 달립니다”

▲전국에 발자취를 남기며
그는 지난해 국토종주를 마치고 교통건설부와 안전행정부에서 공동으로 인증하는 인증서와 메달을 받았다. 인증을 받으니 힘도 나고 자녀들 모두 그를 대단하다고 말해 어깨가 으쓱해졌다.

“부산까지 가고 나서 다음 목표를 4대강 종주로 잡았어요. 첫 코스를 금강으로 하고 대청댐을 출발해 군산으로 이동했죠. 풍경을 보는 재미가 좋았어요. 자전거길에는 인증센터가 있고 전부 도장을 받을 수 있어 한 코스마다 패스포드에 지역스티커와 등록번호가 적힌 도장을 찍었어요. 이렇게 돌아 4대강 종주 인증서와 기념메달을 또 받았죠”

이외에도 섬진강, 제주, 오천, 고성 등을 돌고 난후 지난해 5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전국 13개 코스 85개 구간을 다 돌아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남달랐다. 혼자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그는 전국을 돌며 함께 달성한 이들이 권태영, 김호성, 장학진, 박선우, 김형, 김천한 등 7명이라고 말했다.

“우리 모임은 이름도 회장, 총무도 없어요. 그때그때 시간이 되고 갈 수 있는 사람끼리 갑니다. 단체 카톡방에 연락을 취해 ‘자 가자’라고 하면 바로 출발하죠. 공식적으로는 일주일에 2번 달려요”

매주 수요일은 영주고를 가기 전인 술바위교에서 출발해 영주댐 일주도로로 57km를 다녀온다. 일요일에는 10명의 회원이 자전거 쉼터에서 모여 문수방향 데크로드를 따라 장수를 거쳐 45km 정도를 달린다. 정기모임이외에도 장 교육장은 중간에 무섬마을을 다녀온다.

“자전거를 타고 평지를 다닐 때는 다리 힘이 어느 정도 있는지 몰라도 오르막에 오르면 다리 힘이 보여 서열이 정해져요. 가끔 후배들이 저보고 나이는 5년 선배인데 신체연령은 5년 후배라고 농담을 건네죠”

그는 후배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그 열정만은 뒤처지질 않는다. 장 교육장과 자전거모임 회원들은 항상 ‘구까이’를 외친다. 이는 “구십까지는 이대로다”라는 말이다. 구십까지는 건강하게 이대로 자전거를 즐기자는 말이며 그 이후는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란다.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로 정 교육장은 “세상엔 전혀 공짜가 없다는 말을 직장생활을 할 때 느꼈다. 주는 것이 있어야 오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나이를 들고 보니 공짜가 있다. 바로 ‘늙음’이다. 아무것을 하지 않아도 온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건강은 내가 한 만큼 주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젊을 때는 모른다”며 “퇴직 전까지는 책 만 보고 살았던 나도 운동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질 않았다. 젊든 나이든 사람이든 ‘이제라도 시작해라’는 말”을 전했다.

2013년 4월 그는 자전거를 만났다.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평생을 건물 안에서만 맴돌다가 숲속과 들판을 달려보니 이게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확실한 기쁨인 거예요. 이제라도 깨달은 것이 다행인가요?”

장 교육장은 술을 즐겨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전거를 탄 후 마시는 ‘한 잔의 막걸리 맛은 최고의 맛’이란다. 이 맛을 즐기려 조만간 그는 제주도로 떠날 계획이다. 그의 최종목표는 자전거와 함께하는 무전여행이다. 1년 정도 배운 중국어가 어느 정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되면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날 것이다. 훌~쩍.

김은아/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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