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臥溫에서

-박승자

너와 나

손을 꼭 잡고 와야지

한 십년 뒤가 좋겠지만

시방도 괜찮아

 

밀물이 허밍으로 오는

저 낮은 방에 세를 얻으면

넌 아무리 말려도 갯벌에 꼬막을 캐는 아낙이 되겠지

조금 난감해하고 많이 미안해하며

낚싯대를 어깨에 메고 방파제에 나갈 거야

우리가 보낸 날의 긴 인중을 만지며

몇 개의 단어가 공중의 커다란 체에 걸러질 때까지

오후의 해가 입질을 해도 가만있을 거야

 

한 송이, 길가 코스모스 감정이나

우글우글한 송사리 떼 같은 열흘 겹겹의 비린내가

밀가루처럼 곱게 쌓이겠지

 

짠물도 발꿈치를 들고 나가며

굽어진 물의 길이 보여

인적이 없는 저 물의 길을 손을 꼭 잡고 걸어도 괜찮겠지

또 백년이 금방 지나가겠지

뜨겁던 하루치의 빛이 달려와 쓰러지며

우린 저 짠물 속의 해의 얼굴을 어루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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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책 없는 사람 같으니라구!

정말 대책 없고 싶을 때 세상에서 잊혀지고 싶을 때 스미듯 숨어들고 싶을 때 손톱을 물어뜯도록 상심할 때 실체 없는 그리움타령 위로받고 싶을 때 사랑조차 하고 싶지 않을 때 흰 죽 솥에 죽 끓듯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귀가 시끄러울 때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 그러지 못할 때

혼자라도 괜찮고 손만 잡아도 좋을 애인이면 더 괜찮고 그저 그런 편한 누구라도 괜찮겠지

장천을 걷고 걸어 부운 발을 씻고 이불 속으로 들 듯 바다 한 자락을 끌어당겨 덮고 코를 고는 해의 잠자리 와온 같은 곳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고 낚싯대 하나 꼬막 잡을 호미 하나면 두려울 것이 없겠지

그릇 두 개 숟가락 두 개를 점심 설거지로 씻어 엎어두고 비린내나는 선창가를 어슬렁거리는 것도 좋겠지 파도소리 자장가 삼고 툇마루에 앉아 꼬박꼬박 조는 것도 좋겠지

색깔론이니, 갑질이니, 성폭행 같은 TV뉴스 따위는 아예 듣지도 말고 유유자적 눈감고 등 돌리고 지난일 같은 건 되짚어 일일이 살피지도 말고 그러지도 말고 다만 나에게 오로지 나에게 조금 난감해하고 많이 미안해하면서 그러기만 하면서 아! 그러기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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