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수박밭
싹이 나지않는 생강밭
타들어간 인삼밭

수박, 생강 등 문수면 지역 피해 심각
사과는 데이는 현상, 인삼밭도 고온 장애


기록적인 폭염이 40여일 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가뭄피해까지 겹치면서 그 피해가 하루가 다르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본지는 지난 6일부터 4일간 피해현장을 돌아본 결과 애써 지은 수박은 밭째로 버려져 있었고 고온장애로 빈 밭이 된 생강밭은 주인 없는 농지처럼 방치돼 있었으며 이산 장수지역보다 문수면 지역이 더욱 심각했다. 또, 고온장애를 입은 인삼은 잎사귀는 물론 수확했어야할 씨앗까지 손만대면 부서질 만큼 말라 있었다. 고추밭 역시 뿌리째 타 들어가고 있었다.

▲ 담배는 예년의 절반, 고추는 말라
고추밭에서 스프링쿨러를 옮기며 고추를 따던 손수달(70.문수면 월호1리)씨는 “담배 6천 여 평과 고추농사 1천 200평을 짓고 있지만 담배는 예년의 절반 수준인 300평당 250kg을 수확하는데 그쳤고 고추농사 역시 폭염 장애로 꽃이 피지를 않다가 요즘에는 포기 째 말라가고 있어 이번에 따는 고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그는 “2대의 스프링쿨러를 24시간 돌리고 있지만 피해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또, 수박밭에서 만난 김모(70.문수면)씨는 “2천400평의 밭에 수박농사를 지었지만 수확기에 수박 속이 썩어 들어가는 피 수박현상이 나타나면서 계약금으로 받은 반당(300평) 30만원씩이 소득의 전부”라며 “후작으로 수박고랑에 심은 콩도 농사를 포기해야 할 만큼 타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또 “2천여 평의 쌀농사 역시 관수시설이 전무한 산골에 자리하고 있어 지금 불을 질러도 탈 정도여서 내일 비가 온다 해도 올해 농사는 끝났다”고 한숨을 지었다.

▲ 생강 피해 문수면이 가장 극심
3만여 평의 밭에 생강을 파종한 권태섭(55.안정면)씨는 “안정된 농업경영을 위해 관수시설을 설치했으나 연일 계속되는 35도 이상의 폭염이 40여일 째 지속되면서 하루가 다르게 빈 밭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햇볕이 덜 쪼이는 산골 그늘진 밭에 심겨진 생강이 그나마 작황이 좋아 50%정도의 생강이라도 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8월 20일까지 비다운 비가 없다는 일기예보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많다는 권씨는 “양파 후작으로 1만여 평의 밭에 무를 파종했다가 발아가 되지 않는 바람에 1천여 만 원의 씨 값만 버린 채 다시 파종을 했다”며 “연일 가뭄과 전쟁을 치르고 있음에도 농사는 하루가 다르게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했다.

▲ 사과는 데이고 나무마저 타 들어가 과수농사도 포기할 판
우리고장 특산물인 사과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관수시설을 설치해 물을 뿌려 주고 있지만 강한 햇빛에 표면이 데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장수면 성곡리의 남성진(35)씨는 “8천여 평의 사과밭에 관수시설을 설치했지만 폭염피해로 사과가 데이는 피해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3천800여 평의 사과농사와 1천500여 평의 애호박농사를 짓고 있다는 박종술(60.부석면, 사과발전연구회 부회장)씨는 “전천후 농업을 생각하며 관수시설까지 설치했으나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만생종 부사보다 추석대목용 사과인 홍로가 햇볕에 데여 썩어가거나 성장을 멈추고 있다”며 “나무가 시들어가고 있어 지켜보는 하루가 한달 같이 길다. 관수시설을 하지 못한 산지(山地)에 조성한 사과농가들은 나무자체가 말라가고 있어 당장 내년부터 사과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박씨는 “봄에 가격폭락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애호박이 지금은 8kg들이 상자당 1만원 선으로 가격이 회복됐으나 폭염 때문에 애호박이 열리지 않으면서 예년의 30%이하로 출하량이 줄어 들었다”고 했다.

▲ 좌향 무시한 인삼밭이 피해 커
3천여 평의 인삼농사와 2천여 평의 생강농사를 짓고 있다는 안정면 단촌리 박준익(62)씨는 “수박 후작으로 호박을 심어야 하나 비가 오지 않아 지금까지 파종을 못하고 있다. 인삼도 해가 뜨고 지는 방향에 맞게 인삼포를 조성한 농가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지만 좌향을 무시하고 이랑을 지은 일부농가들의 인삼밭들은 햇볕이 과다하게 들면서 큰 피해를 내고 있다”고 했다

▲ 뒷북행정에 농민들 분통
폭염피해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면서 시 축산특작과는 지난 1일자로 폭염대책팀을 가동 폭염에 취약한 45개 양계농가와 38개 양돈농가에 7천100만원의 예산을 투입 스트레스 완화제와 비타민제, 사료첨가제 등을 지원했다. 또 밭작물피해가 가장 큰 남부지역 4개면(이산, 장수, 평은, 문수면) 생강재배 농가들에게 5톤들이 물통 100개를 지원하기도 했다.

농정과수과에서도 폭염피해가 극심한 사과, 복숭아 15ha와 인삼 11ha, 수박 22ha농가를 대상으로 5천6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영양제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시 안전재난과도 지난 13일부터 종합대책반을 구성 각 실과로 부터 폭염피해와 가뭄피해 현황을 수집, 폭염피해가 재난으로 인정될 때를 대비하는 동시에 읍면동을 통해 피해신청을 받는 등 대책에 들어갔으나 해당 농민들로부터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농업농수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영주봉화지사 권용훈 팀장은 “금계저수지 담수율이 78%를 비롯 순흥, 단산, 성곡저수지 등 관내 5개 저수지 담수량은 평균 75%이상으로 농업용수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19개의 양수장 역시 몽리구역에 24시간 물을 공급하고 있으나 일부농민들이 양수기를 동원 밭작물에 물을 퍼 올리면서 일부 수도작 농민들의 민원을 사고 있다”고 했다.

또 “규모가 작은 대평저수지(안정면)만 10%정도(15일치)의 수위를 보이고 있어 가뭄이 장기화할 경우 하천 굴착 등의 대책을 수립해 장기가뭄에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동기상대는 영주지역은 지난달 2일 70.5㎜의 비가 온 뒤 비 다운 비는 내리지 않았으며 이달 20일까지도 흡족한 비가 내릴 확률은 없다고 밝히고 있어 농민들의 한숨은 길어질 전망이다.                     
김이환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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