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호(전 영주교육장·소백산자락길 위원장)

부석사당간지주(보물 제255호)

통일신라시대부터 사찰의 종파를 표시하거나, 불교의식을 홍보하기 위해 당(幢,깃발)을 사찰 앞에 높이 달았는데, 당간(幢竿)은 바로 깃발을 다는 깃대에 해당한다. 아울러 당간은 악귀를 물리치는 부적, 그리고 이 지역이 신성한 영역임을 나타내는 푯대 역할도 겸했다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당간지주(幢竿支柱)」는 선사시대의 ‘솟대’와도 일맥상통하고, 일본의 신사(神社) 앞에 있는 ‘도리이(鳥居, 경내로 들어가는 관문)’와도 관련성이 많은 건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당간을 지탱하기 위해 세운 두 개의 돌이나 쇠로 된 버팀대를 「당간지주」라고 한다. 보통은 돌로 만들지만 철제·금동·목제인 경우도 간혹은 있다. 기본형식은 두 기둥을 60〜100㎝의 간격으로 양쪽에 세우고 그 안쪽 면을 마주보며 간(杆,장대)을 설치하기 위한 간구(杆溝)나 간공(杆孔)을 마련하고, 아래에는 간대(竿臺)나 기단부를 설치했다. 국기게양대의 지주 부분을 확대한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겠다.

당간을 고정시키기 위한 시설이므로 간구는 반드시 안쪽 상단에 있어야 하며, 그 아래의 간공은 구멍수가 일정하지 않다. 그러나 현재까지 남아 있는 당간지주는 대부분 기단부의 구조가 거의 파손되거나 교란되어 있는 상태이며, 현재까지 남아있는 당간지주들은 모두 통일신라시대 이후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부석사당간지주(보물 제255호), 숙수사지당간지주(보물 제59호), 금산사당간지주(보물 제28호), 중초사지당간지주(보물 제4호), 보원사지당간지주(보물 제103호), 천흥사지당간지주(보물 제99호), 춘천근화동당간지주(보물 제76호) 등이며, 전반적으로 세련된 모양을 보이고 있어 국가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중초사지단간지주는 유일하게 <827년>이라고 제작연대가 명문(銘文)화 되어있어 희귀하다.

당간지주는 몇 가지 형식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간구·간공의 위치나 형태에 따라, 원형 또는 방형의 간공이 세 군데 관통되어 있는 것, 윗부분에만 간구가 있는 것, 윗부분에는 간구가 있고 그 아래로 2개의 관통된 간공이 있는 것, 윗부분에 간구가 있고 그 아래로 방형의 작은 간공이 1개 또는 2개 있는 것 등이 있다.

둘째, 외형에 따라, 一자형, 기둥의 바깥 면 중간에 한 단의 굴곡을 주어 상·하부로 나눈 것, 기둥 바깥면의 두 곳에 굴곡을 주어 허리가 잘록하게 보이도록 한 것, 그 밖의 특수한 형태 등으로 나누어진다.

셋째, 기둥에 새겨진 장식에 따라, 바깥 면 모서리에 모 죽임만 있는 것, 선(線)문양 또는 돌대(突帶,돋을띠무늬)로 장식한 것, 선문이나 돌대로 장식하고 그 꼭대기의 사분원(四分圓)에 한 단의 굴곡을 둔 것, 그 밖의 특수한 모양을 가진 것 등이다.

이러한 당간지주의 형태는 시대가 흐름에도 큰 변화가 없고, 장식무늬와 돌 다듬기 수법만이 시대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정도이다. 고려시대에는 통일신라시대와 같이 안쪽 면을 제외한 각 면에 세로선무늬[縱線文]가 새겨지고 주두(柱頭)도 원호(圓弧)를 이루며, 간대와 기단부 등 각 부분을 갖춘다. 그러나 무늬가 형식화 또는 약화되어 정교하지 못하고 돌 다듬기도 고르지 않아 둔탁한 느낌을 준다. 조선시대 당간지주는 통일신라나 고려시대처럼 거대한 규모의 당간이나 지주가 조성되지는 않았다. 대개 작고 낮으며 선문 등의 조각이 없는 지주에 목조 당간을 세웠는데, 그나마 지금은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다.

부석사당간지주는 통일신라의 당간지주로 천왕문 앞에서 높이 4.28m, 두 지주 간격이 1m, 동서로 상대해 있으며, 기단부는 현재 완전하지 않다. 이 당간지주는 부석사 창건 당시 세워진 신라시대의 석조 유물이니, 1300여년의 연륜을 자랑하는 셈이다.

당시에는 부석사의 위엄을 대신했겠지만, 지금은 한 쌍의 돌기둥으로 고착되어 있다. 마주보는 안쪽 옆면과 바깥 면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고, 양쪽 모서리의 모를 둥글게 다듬었다. 기둥 윗부분은 원을 2겹으로 경사지게 조각하였고, 옆면 3줄의 세로줄이 새겨져 있다. 기둥머리에는 깃대를 단단하게 고정시키기 위한 네모 모양의 홈이 파여 있다. 기둥 사이에는 한 돌로 된 정사각형의 받침 위에 원형을 돌출시켜 깃대를 세우기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원형돌 주변에는 연꽃을 장식하고, 윗면 중앙에는 지름 30㎝의 구멍을 뚫어 당간의 밑면을 받치게 하고 있다. 대체로 꾸밈을 두지 않아 소박한 느낌을 주는 지주이다. 또한 가늘고 길면서도 아래위에 다소 두께 차이가 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감을 주며, 간결하고 단아한 조각기법으로 보아 통일신라 전기의 작품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다른 당간지주에 비해 키가 크고 다리가 늘씬하여 ‘미스신라’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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