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영주시낭송회 권태화 씨

장사하며 바쁜 삶 보내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시 낭송

가을이 깊어감에 조금은 쓸쓸해지기도 하는 요즈음 시 한편을 가슴에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시 삼 백편을 읽으면 생각에 사악함이 사라진다(詩三百 一言以蔽之 曰思無邪)’ 라는 말이 있다. 영국에서는 두 명 이상이 모이면 시를 낭송하고, 전 국민이 참여하는 시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낭송 모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전국 규모의 시낭송 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우리지역에도 ‘영주시낭송회’라는 모임이 있으며 많은 회원들이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 모임에서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낭송가 권태화씨를 만났다.

▲ 시를 읽고 낭송하면 속상하고 화나는 마음이 사라졌어요
“그동안 살아오면서 험난한 길도 걸었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하고 받기도 하며 살아왔지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잖아요. 그러나 시를 읽고 낭송하면서 속상하고 화나고 외롭다는 마음이 사라졌어요. ‘아, 나 참 좋은 길로 들어섰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고 부처님 앞에 감사 기도를 하곤 한답니다”

‘영주시낭송회’에서 시낭송가로 활동하고 있는 권태화(67세)씨는 순흥이 고향이다. 온화한 어머니와 책임감이 강한 아버지의 품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권씨는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으며 혼인 후 9개월 만에 남편을 군에 보내야 했다. 아이까지 갖게 되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낀 권씨는 군에 간 남편을 기다리는 동안 큰 애를 낳고 키우며 장사를 시작했다.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큰 애를 업고 장사를 시작했어요. 신랑 친구들이 선물로 준 호마이카 상에 브로치나 반지 등 액세서리를 놓고 팔기도 했어요. 그렇게 번 돈으로 집도 고치고 논도 사고 그랬어요. 일찍 결혼 했기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남보란 듯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큰 아이를 업고 장사를 시작한 권씨는 각종 농수산물과 액세서리, 의류, 신발 등 팔 수 있는 건 다 가져다 팔았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남편과 함께 풍기에서 ‘서울지업사’를 20여 년째 운영하고 있다.

▲ 모임 9개를 정리하고 시와 음악과 함께 하는 길을 선택
장사를 하며 바쁜 가운데에도 시와 음악을 가까이하며 살아가는 삶이 축복이라고 생각한다는 권씨는 ‘죽계구곡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12년째 시를 쓰고 있으며 ‘소백아코디언’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랫동안 장사를 하며 바쁘게 살면서도 이러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촌에 살아도 유성기가 있었어요. 아버지가 음악을 좋아하셔서 어려서부터 음악을 들으며 자랐어요. 아버지랑 극장도 가고 공연구경도 가고 어렸을 적에 들었던 그 음률이 좋더라고요. 아버지가 저에게 그런 정서를 심어주셨지요”

모임 9개를 정리하고 시와 음악과 함께 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권씨는 아코디언 연주자로 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재능기부를 다니고 있으며 시낭송가로 전국대회에도 나가고 모임이나 단체를 찾아가 시를 감상 할 수 있는 즐거움도 선물하고 있다.

▲ 훗날 자신이 떠난 자리에 아름다운 흔적 남기고 싶어
권씨는 시를 낭송하고 외우면서 시에 담긴 깊은 뜻과 아름다움을 발견해가는 일이 행복하다. 또한, 시를 낭송하고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아름다운 추억들을 차곡차곡 저축하는 기분이 들어 가슴이 충만해진다고 한다. 앞으로도 시와 음악을 통해 만나는 귀한 인연들에게 감사하며 보석처럼 간직하며, 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바램도 있다.

“장사를 하면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시를 낭송하며 만나는 사람들은 꽃 같이 곱고 향기로워요. 내 마음을 달착지근하게 해줘요. 그리고 시를 가까이하니 말이나 행동이 조심스러워져요. 낭송하는 시들을 가슴에 담고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누구보다도 가족과 자식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온 권씨는 훗날 자신이 떠난 자리에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억척스럽게 살아온 강인한 모습보다는 시집 한권과 본인이 쓴 시 한편으로 남겨져 향기로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 것이다.

“나이가 67세이면 갈 길이 정해져있다고 생각해요. 최선을 다해 내 할 일을 해왔다고 생각하기에 후회도 없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요. 젊어서 돈 버느라 사람들과 정을 많이 못 나누었는데 앞으로 정도 나누고 빚진 사람들한테 빚도 갚으며 조금 더 따듯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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