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갖춘 감독관에게 맡기고
건물 완공 후 마을인계가 바람직

영주시가 마을회관(노인회관 포함)을 신축 또는 보수하면서 보조 사업이라는 이유로 감독권을 비롯한 전결권을 전문성이 떨어지는 마을이장 또는 노인회장에게 맡기면서 곳곳에서 말썽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1억 9천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마을회관을 신축한 안정면 D마을의 경우 건립과정을 지켜보던 몇몇 주민들이 시 건설과로부터 설계도면 등을 제출받아 살펴본 결과 데크에 사용돼야 할 합성목은 값싼 방부목으로 둔갑했고 난간은 사라졌다. 현관바닥도 3cm두께의 포천석으로 설계돼 있음에도 목욕탕에서 쓰다 남은 타일을 시공하는 등 곳곳에서 설계와 달리 시공된 곳이 여러곳 발견됐다. 이 때문에 지난 3일 시 담당자와 설계회사 대표, 시공회사 대표 등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점과 대책을 논의했다.

부산에서 건축업을 하다 귀농을 한 김모(73)씨는 “당초 28평형 건물에 태양광 난방이 설계돼 있었음에도 태양광은 빠지고 건물마저 25평으로 줄어든 이유와 설계와 달리 시공된 이유”를 묻자 시 담당자는 “과다설계로 사업이 축소됐으며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것은 감독부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공자인 김모 대표가 느닷없이 “설계에 없는 싱크대도 내가 봉사했고 부엌 타일도 주민요구에 의해 추가 시공을 했다.

이장이 준공검사까지 해준 마당에 주민들이 시끄럽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설계사무소 최모 대표는 “싱크대는 설계에 164만원이 잡혀있다”며 시공회사 대표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도면을 던지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또, 주민 이모씨는 “시가 예산을 책정하고 입찰, 발주를 하면서 감독권과 전결권을 마을대표(이장)에게 맡기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며 “주민들은 농민이다. 농민이 건물 짓는데 감독을 할 능력이 있다고 보는지 한심하다”고 말했다. 황모 이장은 “추진위원장만 허수아비로 정해놓고 혼자 진행했다. 도면도 볼 줄 모르는 내가 무슨 감독을 하겠나. 업자가 준공도장을 요구해 찍어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민과 업자간 논란은 설계회사 최모대표가 중재를 하면서 설계와 달리 시공된 현관바닥과 데크, 우수관 걸레받이 등을 재시공(추가사업비 1천만 원 가량)하되 동절기를 감안 3월말까지 재시공하기로 3자 이서한 각서를 작성하면서 마무리 됐다.

이에 대해 시청 건축과 지역개발팀 류모 담당은 ”자본보조금 사업은 주민대표가 감독키로 돼 있고 전기, 통신, 도배장판까지 주민들이 계약하도록 돼 있다”며 “주민대표(이장)는 주민들과 추진협의회 등을 구성해 사업추진 과정을 감독해야 하며 문제가 있을시 건축과 지도사가 지도키로 되어 있다. 마을회로 지급된 사업비 역시 주민들이 적당한 시기에 업자에게 지급키로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들키면 바로잡고 안 들키면 넘어가는 현 제도에 문제가 있다”거나 “무지한 농민들에게 공사감독과 전기계약 등을 맡기는 것은 투명하지 못하다”, “시가 발주를 했으니 건물을 반듯하게 지은 뒤 주민들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등의 의견들을 쏟아냈다.

노인회관 신축에 관여한 적이 있다는 장수면의 이모 전임 이장은 “시 담당들도 건축직이 아닌 토목직이 대부분이어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있어 건축업자와 유착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시공업자가 속이려고 들면 속아 넘어가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발주처인 영주시가 전문가(건축직)로 구성된 감독관에게 감독을 시켜야 하고 준공 후에 마을에 넘겨주는 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며 “인력에 여유가 있는 타 시군은 전문공무원이 감독을 하고 있음에도 영주시만 변화를 모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는 지난 한해 동안 노인회관 신축 12곳과 보수 22곳, 새마을회관 5곳 등을 건립하면서 36억4천 만 원(도비포함)을 집행했다.

김이환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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