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눈사람
-신용목

미래?
정말로 그런 게 있다면
살고 싶지 않을 꺼야

구원은 내가 원하는 것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내가 원했던 마음을
가져가는 것으로 찾아온다

어둠이 너무 커,
어둠을 끄려고

함박눈만큼 무수한 스위치가 필요했겠지
함께라는 말 속에
늘 혼자 있는 사람과
혼자라는 말을 듣고
늘 함께 있는 사람들 중에서
너를 일으켰을 때,

네 눈에 박혀 있던 돌멩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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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아버지는 폭설 내린 이른 아침이면 마당을 가로질러 멀리 이웃집 대문 앞까지 싸리비를 들고 토끼길을 내어 놓곤 하셨지요. 새하얀 눈 위에 비친 아침 햇살은 눈이 부셨습니다. 벙어리장갑을 끼고 나가 발이 시린 줄도 모르고 한 발로 꽃판을 찍어 해바라기를 만들고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였습니다. 눈을 굴려 만든 눈사람에게 솔잎으로 눈썹을 박고 나뭇가지로 코와 입을, 양동이를 엎어 모자를 씌우고 뿌듯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 세운 눈사람이 따스한 햇볕을 받고 조금씩 허물어져 가면 떨어진 눈을 찾아 다시 박아 놓곤 하였지요. 그러나 눈사람은 혼자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었고 며칠 잠깐 사람이었다가, 내가 준 눈썹과 눈과 모자를 두고 사람이기를 거부하고 잠깐 사람이었던 이유로 눈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눈의 이전 상태 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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