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하노이 북미회담에 대해 우리는 많은 기대를 걸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언론이 하노이에 취재팀을 보내어 관심을 보였다. 세기의 회담이라는 말도 나왔다. 하노이를 바라보는 취재진의 관심은 스몰딜일까 빅딜일까를 예측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헐! 노딜(No deal)이었다. 다음 회담의 여지를 남겨둔 것 외에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허탈해 했지만 가장 실망이 큰 쪽은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겨레일 것이다.

미국은 오랜 세월 북을 압박하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켜 스스로 붕괴되도록 하는 전략을 유지해 왔다. 북은 미국의 압박과 제제로 외국과 교역도 할 수 없었으며 국제사회에서 소외되어 왔다. 그 여파로 심한 경제난을 겪으며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서 죽었다. 북이 선택한 전략은 핵무기를 개발하여 미국과 대등한 지위에서 협상을 함으로써 국내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북은 모든 국력을 핵무기 개발에 집중하였다.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사거리가 미국에까지 이르는 핵미사일 개발을 완성했다. 

북을 악의 축이니 불량국가이니 하던 미국도 북미회담에 응하는 모양새다. 북이 핵을 개발하지 않았으면 미국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정은도 선군정치에서 경제 정책으로 방향이 바뀌었음을 내외에 선언하며 미국과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협상전문가이며 장사꾼이다. 세계질서보다 미국의 이익에 더 관심 많다. 미국 주류에서는 대통령 대접도 받지 못하는 처지이다. 북을 비핵화 하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둘은 궁합(Chemistry)이 맞는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통치자가 된 것이 한반도 평화에는 행운이다.

미국의 회담 목적은 북을 완전히 비핵화 하는 것이다. 북이 완전히 비핵화해야 경제 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빅딜이다. 북은 단계적 해결을 원한다. 핵 전문가들에 의하면 완전한 비핵화는 5년 이상 걸리고 한번 비핵화 하면 돌이킬 수 없다고 한다. 비핵화 후 미국이 제제를 풀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게 된다.

미국이 베트남, 리비아, 이라크에서 한 일을 북은 알고 있기 때문에 북의 입장에서는 먼저 완전한 비핵화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의 핵 카드는 돌이킬 수 없지만 미국의 대북제제 카드는 다시 쓸 수 있다. 북이 완전히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다시 제제를 하면 되는 것이다. 북의 카드와 미국의 카드는 성질이 같지 않다. 그래서 북은 단계적 해결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은 국제적 모욕을 당했다. 북의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에 의하면 하노이에서 돌아오는 기차에서 김정은은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런 기차 여행을 다시 하겠는가.’라고 했다고 한다.

남과 북은 이미 비무장 지대의 전방초소를 철거하고 상호 비방도 중단하고 남북 경제교류, 문화교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거의 적대관계가 해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언론과 워싱턴 정가는 남북 철도연결 조사, 민간단체의 인도적 의약품 지원, 김정은의 승용차 등에도 유엔의 대북제제 위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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