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근(연세소망치과 / 치과 보철과 전문의)

흔히 치아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치아는 5복 중의 하나라는 말을 많이 쓴다. 아주 널리 퍼진 표현으로 치아라는 단어가 나오면 5복이라는 단어가 함께 나올 정도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사용되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치아의 중요성을 강조하더라도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데, 치아가 5복 중의 하나라는 이야기는 정확한 문헌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구전되기 시작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확한 5복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5복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인용되는 문헌은 서경(書經) 홈범편(洪範篇)인데 다섯가지 복으로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꼽고 있다. 하나하나의 의미를 살펴보면 수(壽)는 천수를 충분히 누리는 장수를 의미하고, 부(富)는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풍요로움을 의미하며, 강녕(康寧)은 일생동안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깨끗한 상태에서 편안하게 사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유호덕(攸好德)은 덕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오래 살고 풍족하고 몸이 건강하다면 그 다음에는 이웃이나 다른 사람을 위해 보람있는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하고, 고종명(考終命)은 수명대로 살다가 편안히 생을 마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간사에서 이롭다고 생각되는 5가지의 바람직한 항목을 이야기하고 있다.

5복을 이야기할 때 두번째로 인용되는 문헌은 통속편(通俗編)으로 수(壽), 부(富), 귀(貴), 강녕(康寧), 자손중다(子孫衆多)을 꼽고 있는데 홍범편의 5복과 거의 비슷하지만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 귀(貴), 자손중다(子孫衆多)로 바뀌어 있다. 풀어 보면 남들에게 덕을 베푸는 것이나, 편안히 생을 마감하는 것보다 남에게 귀하게 대접받고, 자손이 많았으면 하는 현실적인 욕구를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유교 문헌에서 직접적으로 치아를 5복 중의 하나라고 언급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민간에서 구전되어 내려온 5복 중에는 치아 건강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치아 건강이 좋은 것, 자손이 많은 것, 부부가 해로하는 것, 손님을 대접할 만한 재산이 있는 것, 죽어서 명당에 묻히는 것이 포함된다.

5복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문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고 있지만 공통적인 부분을 찾아보면 우선 행복한 삶을 위해서 꼭 건강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 다음으로 인간관계, 사후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이 과거에 비해 매우 다양해졌고, 건강을 증진하는 방법도 많이 개발되었지만, 앞서 언급한 문헌들이 작성되던 시대에는 건강을 유지, 증진하는 방법이라곤 음식물을 적절히 섭취하는 방법뿐이었으니 현대에 비해 훨씬 치아를 건강히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치아를 건강히 유지하는 것이 훨씬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고, 건강 유지를 위해서 치아 건강은 필수적이다. 치아 건강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가까운 치과에 방문해 5복 중의 하나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건강을 개선하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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