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화살나무

- 손택수

언뜻 내민 촉들은 바깥을 향해

기세좋게 뻗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제 살을 관통하여, 자신을 명중시키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모여들고 있는 가지들

 

자신의 몸 속에 과녁을 갖고 산다

살아갈수록 중심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동심원, 나이테를 품고 산다

가장 먼 목표물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으니

 

어디로도 날아가지 못하는, 시윗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산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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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내민 촉들은 바깥을 향해/ 기세 좋게 뻗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제 살을 관통하여, 자신을 명중시키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모여들고 있는 가지들” 생각이 여기까지에 이를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시인의 관찰이다. 무릇 가지를 뻗고 잎을 피우고 열매를 다는 나무의 모든 일이 안에서 밖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시인은 나무의 생태나 우리의 관념을 엎었다. 화살 끝이 모조리 자신을 향한 것이 된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삶의 문제로 떠오른다.

“자신의 몸 속에 과녁을 갖고 산다/ 살아갈수록 중심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동심원, 나이테를 품고 산다/ 가장 먼 목표물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으니

참여 광장과 오피니언 면에 실린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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