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평소 성실하고 바른 사람이라고 믿었던 지인이 있다. 그러데 어느 날 대화를 나누다가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다. “박근혜는 아무 죄가 없는데 왜 석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문재인은 지금 보복 정치를 하고 있다. 나라 경제를 다 망친 문재인이야 말로 사형 감이다.” 이분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런 분과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아 그냥 못 들은 걸로 하기로 했다. 이분은 덧붙이기를 요즘 신문이나 방송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우리고장의 나이 든 분들 가운데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분들은 지금의 언론이 정권에 장악되어 공정한 보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방송이나 신문의 보도는 믿을 수 없고 지인들이 스마트 폰을 통해 보내주는 뉴스를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 이른바 가짜 뉴스를 진짜로 믿고 진짜 뉴스를 가짜로 알고 있다.

지역방송의 시청자 위원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방송에 대한 평가를 하는 회의를 하고 있다. 방송국 임원과 기자들도 가짜뉴스의 심각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역방송의 사정상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사실관계의 검증(Fact check)을 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지금의 언론은 권력에 의해 장악되지 않았다. mbc만 하드라도 공모제에 의해 사장을 선발했고 누구도 보도지침을 내려 보내거나 기자의 기사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이분들은 언론이 권력에 의해 장악되었다고 믿는 것일까? 사람들은 대개 사물을 바라볼 때 자기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그들이 지지하던 정당에서 언론을 통제했으니까 지금의 여당도 자기들처럼 언론을 통제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지금의 여당은 촛불 민심에 의해 탄생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만약 지금 정권이 민주주의에 반하는 독재를 행사한다면 촛불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의 참여정부도 권력을 행사하지 않고 민주주주의 원칙을 지키려다가 스스로 몰락한 바 있다.

어떤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공시적 관점과 통시적 관점을 모두 적용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시적 관점에서만 판단하려 한다. 통시적 관점은 역사적 맥락까지를 감안해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우리 현대사는 개인의 욕망을 중시하는 독재 권력과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적 정치인의 대립으로 전개되었다.

4.19와 5.18 그리고 6월 항쟁을 거치면서 많은 민주화의 성과를 거두었다. 며칠 전 선거관리위원회의 사무국장을 지낸 분이 정년을 맞이하여 조그만 송별의 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수십 년 선거관리 일을 하면서 오늘의 공명선거가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소회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초창기에는 선거에 권력의 개입이 있었고 권력에 의한 부정선거가 있었음을 술회했다. 그러나 지금은 부정선거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정도로 투명해졌음을 회고했다. 부정선거에서 공정한 선거로 진화한 만큼, 우리의 민주주의도 그만큼 성장했다. 이런 현실에서 권력이 언론을 장악해서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없다고 하고 이 정권이 독재정권이라고 말하는 것은 역사적 맥락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판단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