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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진입을 막았더니 사람이 모여들었다”

기사승인 [732호] 2019.09.26  10: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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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취재] 영주를 사람중심 보행 친화도시로 만들자

보행은 그 자체가 활동이고, 운동이다. 또 기본적인 통행수단일 뿐만 아니라 승용차, 버스, 철도, 택시 등 모든 교통수단을 연결해 주는 친환경적 기초교통수단이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자동차 위주의 교통 환경이 조성되면서 보행자의 기본적 통행권은 무시됐고 안전성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본지는 하망동보행환경지구와 연결해 사람중심의 보행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도시재생사업으로 새롭게 탄생한 후생시장,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새롭게 변모한 영주365시장, 지난해 근대역사문화거리로 지정된 영주1동을 중심으로 시내중심 관광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연재 순서>
[1] 하망동 보행환경개선 사업 그 이후
[2] 대도시의 보행친화 정책-서울시와 대구시
[3] ‘수원형 차 없는 거리’와 전주 ‘첫 마중길’
[4] 차량통행 제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블록’
[5] 차없는 도시 스페인 북부 폰테베드라
[6] 보행 천국 스페인 마드리드 그란비아 거리
[7] 사람 중심 보행친화도시로 가는 길

폰테베드라 중심지 거리
로레스 시장
시내 중심 광장 분수대
보행 노선도 입간판

인구 8만 작은 도시의 차없는 도시 실험
20년전부터 구도심 차량 진입 완전 통제
오히려 인구는 증가하고 상가는 활력 ‘호평’

차 없는 도시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길거리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커피한잔을 들고 이웃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도시,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아도 걱정이 없고 야외테이블에서 매연이나 먼지 걱정 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도시. 교통체증이나 요란한 차량 경적소리 대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소리가 골목길에 울려 퍼지는 도시. 실제 이 같은 도시가 존재했다. 바로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인구 8만 4천명의 작은 도시 폰테베드라 시가 그곳이다.

차없는 도시를 만든 이유
폰테베드라 시는 차 없는 도시로 유명하다. 인구 8만 4천 명 중 도시 내에 6만 명, 주변지역에 2만 4천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자동차로 40여분 떨어진 산티에이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성지순례길이 이 도시를 지나고 있어 방문객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20년 전인 1999년 폰테베드라 시는 도심 전체에 10만 대의 차량이 움직였고 도시중심부에는 출퇴근 차량이 하루에 2만 8천여 대의 차량이 다닐 정도로 혼잡한 도시였다. 도시의 풍경은 삭막했고,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죽는 사람도 많았다. 아이들이 거리를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공기 오염도 심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차가 한 대도 다니지 않는 차 없는 도시가 됐다. UN으로 부터 ‘보다 나은 인류의 미래도시’란 칭호는 받으면서 지금은 세계 여러도시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폰테베드라 시가 차없는 도시가 된 데에는 첫 취임부터 강력하게 차 없는 도시 정책을 추진한 미구엘 엔소 페르난데즈 로레스 시장이 그 중심에 있다. 의사였던 로레스 시장은 1999년 시장에 처음으로 취임한 이래 주민들로부터 꾸준한 지지를 얻어 20년째 시장을 맡고 있는 6선 시장이다. 폰테베드라 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미구엘 엔소 페르난데즈 로레스 시장을 만나 2시간 가량 인터뷰를 가졌다. 취재진을 만난 로레스 시장은 자신의 집무실 창문을 열고 밖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라고 권했다. 창문을 여니 차량의 소음 보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처음엔 차량의 빵빵거리는 소리를 매일 들었어요. 사람들의 공간, 서서 이야기하고 앉아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고 싶었습니다. 요즘 이런 도시는 드물죠. 취임 후 첫 3년은 도심을 중심으로 차량을 통제하고 단계적으로 외곽으로 늘려 갔습니다”

로레스 시장은 “대도시처럼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동차 소음이 심각해 차 없는 도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며 “어린이와 노인의 보행공간 확보의 필요성을 느꼈고 차량이 공공시설을 많이 점령해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무모하지만 실현 가능한 정책을 만들다
로레스 시장의 첫 목적은 공간확보였다고 한다. 차량이 차지한 공간을 확보해 교통사고를 줄여 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첫 번째 구시가지(30만 제곱미터)도로를 전부 다 인도로 바꾸는 정책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차량을 줄이는 것이 1단계인 만큼 시 산하 연구소를 통해 하루차량 운행량 등 주요거리에 대한 차량 통행분석 연구보고서를 만들었다. 연구결과 30%의 차량은 도시를 지나가는 차량이어서 바로 지나가도록 조치했더니 10만대 중 30%가 빠졌다고 한다. 40%는 주차할 곳을 찾는 차량들과 도심 내 계속 돌아다니는 차량들이었다고 한다.

인도를 더 크게 만들고 길이 좁은 곳은 인도와 차도를 없애고 통합했다. 외부에 주차하고 걸어서 이동하도록 외곽에 8만 5천대를 주차할 수 있는 무료 주차장도 만들었다. 구 시가지 등 중심부는 길거리 주차를 아예 못하지만 신도시 내 12곳의 주차장에 4천대 가량이 주차 가능하다. 신도시 내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는 곡선이나 일방통행으로 심플하게 디자인했다. 현재 구도심에는 일부 차량만 출입이 가능하다. 상점가의 하역 차량, 우편 등 배달차량, 택시, 장애인 차량 등이다. 이마저도 15분만에 차량을 다시 운행해야 하고 시간을 초과하면 단속카메라를 통해 경찰에 통지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 70%이상은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다. 로레스 시장은 “도시 중심지 1천개의 업무용 공간이 있는데 대부분의 주민 인식은 업무용차량은 주차할 수 있지만 차 없는 도시라는 인식이 돼 있어 차를 가져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량을 길들이다
폰테베드라 시의 모든 아이들은 걸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대도시의 ‘보행 전용길’은 여기서는 전혀 필요 없다. 노약자에게는 편한 길로 바뀌어서 최근 8년 동안 교통사고가 한건도 없었다. 대기오염도 70%가량 줄었다.

로레스 시장은 “도심차량을 길들였다”고 표현했다. 또 “주민들은 경적이 빵빵 거리면 자연스럽게 ‘이 동네 사람이 아니네’라고 얘기한다”며 “도심에는 대형매장이 없고 소상점들의 발전을 추구한다. 어느 유명 건축가가 집을 나갔을 때도 내 집처럼 안전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실현하고 있다”고 했다.

큰 도시의 경우 정책의 우선순위가 승용차–대중교통-인도이지만 이 도시는 그 반대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년 동안 사람 우선 거리를 만들면서 도시규모도 30%정도 더 커졌다. 도심 중심지의 퀄리티도 그만큼 높아졌고 상업도 활성화됐다. 갈리시아 지방 주요도시 대부분이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이곳은 1만 1천명 정도 늘어났다.

일종의 우리나라 지하철 노선도처럼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표기한 ‘보행노선도’를 제작해 골목 곳곳에 입간판을 세웠고 유인물도 배포했다. 차량진입 금지지역의 불법주차 차량에는 최대 2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해 강제성을 부여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때론 벌금 딱지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하나둘 차 없는 도시를 만들어갔다. 차가 점령했던 도시는 사람의 거리로 바뀌었고, 골목상권 부활은 물론 시민들의 일상생활 전반에 긍정적 변화가 생겨났다.

로레스 시장은 “친환경 도시는 컴팩트(작고 조밀한)한 도시여야 한다. 그 틀 안에 모든 것이 있어야 한다”며 “빵을 사기위해 차를 타고 가야 하는 도시는 무의미한 도시다. 중요한 것은 ‘전용’을 없애야 한다. 그런 용도를 만들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주민반발과 설득
이같은 도시 정책은 로레스 시장이 1999년 7월 3일 시장에 취임하고 한달만에 차량 통행금지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시작됐다. 로레스 시장은 “법안을 제시 했을 때 정치인, 반대당, 상인들, 기존의 틀이 바뀌기를 원치 않는 사람, 차를 타고 아무데나 나가야 되는 부유층들의 반대가 있었다”며 “하지만 시장이 될 때 공약이어서 강력히 추진했다”고 말했다.

법안이 통과돼 새롭게 도시를 정비하면서 40여년 동안 손보지 않았던 오래된 상하수도 시스템 등도 말끔히 정비했다. 차도를 없애면서 생겨난 공간은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채웠다. 늘어난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더욱 많은 가로등이 불을 밝혔다. 시민들이 접하면서 큰 공감을 얻었고 인식도 크게 변화됐다.

로레스 시장은 “차 없는 도시를 만들고 나서 상가 수익이 3배 이상 늘어 주민들의 호응이 좋다”며 “내가 차가 있다고 해서 그 앞이 내 공간이 아니라 공동공간이다. 이 도시는 모든 시민의 것이다. 모든 시민들이 공유해야 한다. 이같은 소신을 차근차근 설명하면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해한다”고 말했다. 또 “결론적으로는 차량을 제한한 것이 아니라 이용을 제한한 것”이라며 “초반에는 친구도 화를 냈다. 주민들이 과거에는 주말에 도심을 빠져 나갔지만 지금은 오히려 모여들고 있다”고 자랑했다.

시내 중심부에서 50년 넘게 까페를 운영하고 있는 알렌 마누엘(63)씨는 “관광객이 많고 오후 2시가 되면 거리가 꽉 찬다”며 “가게 업종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지만 차없는 거리가 되고 나서부터 확실하게 관광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 호텔 관계자도 “작년까지만 해도 순례자가 시즌에만 왔지만 올해는 1년 내내 끊임없이 오고 있다”며 “시가 국제스포츠대회 등 행사를 많이 주최해 관광객 등의 방문도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로레스 시장에게 조언을 부탁했더니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점을 소유하고 있는 어느 갑부의 상점 수만개가 모두 차가 없는 인도 변에 위치해 있다. 세계갑부가 그렇게 했으면 그게 맞는 것이다.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일부 상점들의 폐업도 잘 알고 있다. 차가 문제가 아니라 시대변화를 못 따라가기 때문이다. 고인물처럼 있어서는 안 된다.

감시카메라도 다 필요없다. 이곳은 인도와 횡단보도의 높이가 같다. 제한 속도 30km는 법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켜라 요구하고 길을 좁게 만들어서 천천히 다니도록 유도하고 장애인, 노약자 등 우선 사람이 다치는 것보다 차량이 망가지는 것이 낫다.

지역의 작은 당에 소속돼 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정책으로 지금의 도시를 만들었기 때문에 계속 당선됐다.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친환경 전기차를 도입하려고 하는데 전기차도 위험하다. 하고 있는 일의 올바른 방향이 뭔지 알고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차장 파킹 시스템(무인결재기)이나 스마트 시티 등 아이디어 정책은 하나도 안했다. 그런 용도로 기술을 이용하면 자전거길도 못 만든다. 우선 순위를 잘 이용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서현제 발행인/ 오공환 기자

오공환 기자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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