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이장이 자신 욕심 채우려 합의 방해”주장
임모 이장 “정당한 보상 받으려 했을 뿐 방해 아냐”
부석면, 주민이 통과시킨 불신임안 재투표키로 결정

부석면 남대리가 마구령터널공사로 인한 피해 보상금을 둘러싸고 주민 간에 잡음이 일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마을주민 비상 총회를 열어 40여 년간 이장을 맡아온 임모 이장이 주민들을 무시하거나 기만하고 각종 비리 의혹이 있다며 해임을 요구하는 등 주민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

남대리 주민들은 그동안 소백산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마구령터널 공사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오폐수가 주변 환경을 오염시킨다며 주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공사를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여왔다. 한 달여 간의 집회 끝에 공사업체와 1억7천만 원의 피해 보상금(마을발전기금)을 받기로 합의했지만 오히려 이장의 방해로 보상금을 받지 못해 주민들이 이장을 해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주민들에 따르면 “시위 끝에 공사업체가 합의를 제안해 의견이 절충됐지만 합의 날짜에 이장이 공사업체 현장사무실을 찾아가 방해성 발언을 하는 바람에 두 차례에 걸쳐 합의가 취소됐다”며 “처음에는 이장의 방해성 발언이 우연이라고 생각했지만 2차 합의에도 동일한 일로 취소가 반복돼 주민들이 공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장 개인의 우월한 합의 목적으로 마을주민들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돼 분노했고 40년 동안 이장의 직위로 마을에서 행한 각종 비리와 기타 의혹들이 표출돼 지난 1일 저녁 마을주민 38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총회를 열고 찬성 34표, 반대 4표로 이장해임 안건을 가결시켰다”고 밝혔다.

17일 오전 윤모(여.63)주민비상대책위원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남대리는 다수가 팬션업으로 생활하고 있지만 터널 공사장에서 나오는 폐수를 이장이 운영하는 팬션만 지나서 쏟아지도록 했고 개인합의도 자신 것만 챙겼다”고 주장했다.

또 “인부들의 숙식 문제도 이장소유 팬션으로 모두 유치했고 한 달여 간 집회로 합의를 본 보상금도 이장이 서명을 안 하고 지지자들과 별도의 집회를 고집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반대편 터널 굴착지점 마을인 임곡리는 마을부녀회가 식당을 유치해 공동이익을 우선시 하고 있지만 남대리 이장은 자신의 욕심에 우선점을 뒀다. 참다못해 이장을 제외하고 시공회사인 동부건설과 1억7천만 원에 합의해 이달 말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6천만 원을 받고 내년 말까지 완불키로 공증을 마쳤다”며 “이 모두가 이장님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했다.

박모 부위원장도 “당초 임모 이장이 공사업체 측에 2억5천만 원의 보상을 요구했지만 근거가 미약해 보험회사로 넘어간 상태이고 주민 집회도 자신의 목적에 철저히 이용했다”고 분개했다.

이장 해임을 추진한 주민들은 “오랫동안 이장을 하면서 도로편입으로 받은 회관부지 보상금 5천800만원을 개인통장으로 받아 유용하는 등 비리 의혹이 너무 많다”며 개인 비리까지 폭로하고 나서 주민 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 임모 이장의 반박

이에 대해 임모 이장(63)은 “40년간 마을을 이끌어오면서 이렇게 마음고생을 겪은 적은 없었다. 공사업체 측에서 직원 숙식을 부탁해 와 별도의 숙박시설을 짓고 식당허가와 고압선을 설비하는 데 4천여만 원의 비용이 들어갔으나 인부들이 오지 않았고 해마다 4천만 원 정도의 수입이 보장되던 팬션도 터널에서 유독성 흙탕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200만원의 수입에 그치는 등 피해가 막심해 변상을 요구했을 뿐 욕심을 부린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공사업체 측이 이장과 주민들 사이를 이간질 시키면서 비롯된 일”이라며 “주민(대책위)들도 공사업체 측과 원만한 합의로 발전기금을 받아내는 것이 목적이지 이장 해임이 목적은 아니다. 합의서에 서명을 미룬 것도 개인합의를 함께 이끌어 낼 생각으로 미뤄왔지 개인적인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부석면의 재투표 결정

부석면(면장 오서락)은 주민들이 주민긴급총회를 열어 통과시킨 이장 불신임안건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투표권자의 자격과 절차상의 하자가 그 이유다.

이에 따라 부석면은 절차에 따라 14일의 공고기간을 거친 뒤 오는 28일 저녁 6시 남대리 경로당에서 주민총회를 갖는다고 시청과 부석면 홈페이지에 공고해 둔 상태다.

오서락 면장은 “남대리에 주소가 없는 사람도 투표에 참가했고 마을 전체 84가구 중 38명이 모여 투표를 했기 때문에 대표성이 없다. 실제 거주자가 43가구라고 하지만 주민등록 사실 조사를 통해 실제 거주자를 밝혀낸 뒤 다시 투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모 주민대책위 부위원장은 “지난 1일 주민투표를 앞두고 법적효력을 위해 지역구 시의원을 통해 면장을 포함한 공무원 2명을 입회토록 요청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위장 전입자와 1년 이하의 거주자를 제외한 전체주민 43명 중 38명이 투표에 참가해 90%가 이장 해임안에 동의했고 그 결과를 부석면사무소에 접수시켰지만 면장이 이장을 해임하지 않고 오히려 임모 이장 편에 서서 재투표키로 결정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결정 했음에도 재투표를 결정한 것은 주민들에게 과중한 시간적, 심리적 부담을 이중으로 주는 부당한 처사이자 주민의견을 무시한 면장의 횡포”라고 부석면에 항의하고 있다.

40년간 마을이장을 맡아온 임 이장은 현재 1천200여 명을 이끄는 영주시이통장연합회장과 경상북도이통장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마을이장 임기는 2021년 3월 말까지이다. 주민총회에서 이장 해임결정이 나면 단체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한편 마구령터널 공사는 경북도가 2016년 8월부터 사업비 1천66억8천800만원을 들여 영주시 단산면 옥대리에서 부석면 남대리를 잇는 국지도 28호선 10.45km 구간을 확장하고 마구령을 터널화(3.03km)하는 사업으로, 2023년 완공 예정이지만 폐수, 소음, 분진 등으로 주민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왔다.

김이환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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