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선(소설가·본지 논설위원)

차를 타고 영주댐에 갔다. 영주댐 물박물관 언덕에 올라 물이 가득한 댐을 바라보니 가을 들판에 누렇게 익은 벼를 보는 것 같이 마음이 풍요롭고 넉넉했다. 저렇게 댐에 물을 담수하면 될 텐데 왜, 준공 후 3년이 지나도록 댐에 물을 담수하지 않아 우리 시민들을 뿔나게 했는지 수자원공사 행정에 의문과 회의감이 든다. 갑자기 조금 전에 차를 타고 오다가 보았던 댐 도로변에 무질서하게 내걸린 ‘내 땅돌리도’ 현수막이 생각났다. 모두 영주댐에 담수를 촉구하는 현수막이었다. 영주댐을 내려다보니 이젠 저 현수막도 철거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수막을 건다면 이젠 댐의 적조나 관광 활성화, 자연환경보호와 같은 그런 현수막을 개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현수막을 개시한 주관 부서는 철거를 고려해 주시면 좋겠다. 그런데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려 있는 댐의 삼거리에 서있었던 승합차가 생각이 났다. 그 승합차에는 차량 앞에 ‘산불 조심 합시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갑자기 강원도 고성 산불이 생각났다. 미디어 발달로 전국에서 일어나는 뉴스는 실시간으로 알려 진다. 그러나 그만큼 빨리도 잊혀 진다. 고성 산불의 피해자들은 이 추운 겨울 날씨에도 아직도 학교 체육관 텐트 속에 쪽잠을 자는데 우리는 16개월 전에 일어난 고성 산불은 아주 먼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작년 4월 4일, 밤 7시경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인명을 앗아갔고 가옥 510채를 삼키는 막중한 재산 피해를 입혔다. 뿐만 아니라 산림 1,757ha를 태워 국가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피해면적이 워낙 커서 아리랑3호 위성사진으로도 자세히 보였다. 강원도 고성 산불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피해를 입은 분들이 아직도 가옥을 복구하지 못하고 학교 체육관에서 쪽잠을 자고 있으니 그렇다. 기후 온난화로 지금 세계는 산불과의 전쟁이다. 브라질의 아마존 산불, 인도네시아 산불, 캘리포니아 산불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우리나라도 9시 뉴스를 보면 어느 날 불이 안 난 날이 없다. 이젠 아파트의 반려동물까지도 집에 불을 낸다. 우리 지역은 백두대간 줄기의 산악 지대이다. 조금 전에 본 승합차에 ‘산불 조심합시다’는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그 차량이 자치단체 소속인지 아니면 영주댐 관리단 소속인지는 모르겠으나 산불의 위험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줘서 고마운 생각이 든다. 우리지역도 산불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산불 진화를 위한 임도의 개설이나 산불에 강한 수종의 선택, 산불 감시원의 상시운영 등 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유관기관 간의 협조 시스템이 필요하다. 고성 산불의 교훈은 많은 문제점을 시사한다. 가옥을 소실한 피해자들은 16개월이 지나도 아직 학교 체육관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 왜 그렇게 가옥 피해자들의 복구가 늦어지는지 그 이유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산불은 한번 불이 나면 복구에 10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자연환경 생태파괴가 심각하다. 산불 지역에 주민들의 가옥은 피해가 어느 정도 보상이 가능하나 불이 난 지역의 임야는 전혀 보상대책이 없다고 한다. 산불 지역에 산주가 산에 나무를 심지 않아 2차적인 환경 파괴가 일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산불이 더 무섭다.

금년 겨울은 소백산 청정지역 선비의 고을, 우리 시민들 모두가 산불 감시원이 되어 우리지역의 산림을 지켰으면 좋겠다. 산림뿐만 아니라 불을 많이 사용하는 계절이니 우리 시민들 모두가 가정에서도 불조심을 했으면 좋겠다. 꺼진 가스렌지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쓰레기를 함부로 소각하거나 농업부산물을 소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태초에 하늘이 열리고 하늘에는 밤과 낮이 생겼다. 그리고 땅에는 불과 물이 생겼다. 인간은 물과 불을 이용하여 새로운 문명을 만들었다. 금년 가을 태풍 링링 때문에 물에 잠긴 울산 지역의 냉장고는 고쳐 쓸 수가 있지만 불에 탄 강원도 고성지역의 냉장고는 재생이 안 된다. 그만큼 불이 무섭다. 지난해 강원도 고성 산불의 교훈을 잊지 말고 우리 시민들 모두가 불조심하며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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