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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봉의 문화읽기[215] 굿모닝, 2020

기사승인 [747호] 2020.01.03  17: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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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봉(작가)

삽화 이청초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의 詩 <새해 첫 기적>)

2020. 경자년(庚子年) 새해가 밝았다. 날아서든, 뛰어서든, 걸어서든, 기어서든, 굴러서든 누구나 새해 첫 아침에 닿는다. 빛나고 높고 따뜻한 자리에 편안하게 앉은 이에게도 어둡고 낮고 추운 거리를 떠도는 이에게도 첫 아침은 오는 것이어서 <새해 첫 기적>일까? 이제까지 무수히 그래왔던 것처럼 어제에서 오늘로 바뀐 것뿐이지만 이날 아침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19세기 영국의 수필가 찰스 램은 모든 사람에게는 생일이 두 번 있다고 했다. 자신이 태어난 날과 새해 첫날이라는 것이다. 이날 아침 우리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회환에 잠기거나 새롭게 펼쳐질 한 해를 희망에 설레며 바라보게 된다. 정월 초하루를 무심히 보내는 이는 없다. 인류 공동의 생일인 것이다. 봄에 한 해가 시작된다면 기적일 수 없다. 따뜻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죽었던 가지에서 새 움이 트는 봄은 이미 그 자체로 기적이기 때문이다. 꽃도 풀도 없는 한 해의 가장 추운 1월에 새해가 시작되는 것이 기적이고 나는 황새도 뛰는 말도 걷는 거북이도 기는 달팽이도 생명이 없는 바위조차도 한날한시에 도달하는 아침이 기적인 것이다.

쥐는 뛰어서 왔을까, 기어서 왔을까? 올해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지(支) 중에서 첫 번째 자(子)에 해당하는 쥐띠의 해다. 쥐는 12지의 열두 동물들 가운데서 인간에게 가장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가장 멸시 당해온 동물이다. 서적(鼠賊)이라는 말도 있듯이 쥐는 도적의 상징이고 영어에서의 ‘rat'은 ’배신자‘나 ’비겁자‘를 뜻하기도 한다.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은 쥐의 상(象)이어서 전쟁을 일으킬 위인이 못 됩니다.” 임진왜란 전에 통신사로 왜국에 갔다가 돌아온 김성일이 선조에게 고한 말이다.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우르릉 쾅쾅 큰 산이 울리도록 요동치더니 겨우 나온 게 쥐 한 마리라는 말도 쥐를 얕잡아보는 말이긴 마찬가지다. ’쥐꼬리만 하다‘, ’쥐불알만 하다‘, ’쥐뿔도 없는 게‘ 같은 말들은 어느 쥐가 듣더라도 얼굴을 붉힐 말들이다.

그러나 쥐들은 지구상에서 남극과 뉴질랜드를 제외하고 어느 곳에나 서식하는 적응력 갑의 동물이다. 지금은 뉴질랜드에도 교역화물들을 따라 들어간 쥐들이 살고 있고 남극 기지 주변의 쓰레기 더미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쥐들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작고 영리한 도둑들이 거칠고 힘센 동물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인간들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것이었다. ‘아주 가난한 사람’을 이르는 영어 관용구에 ‘예배당의 쥐처럼 가난한(as poor as a church mouse)’이라는 말이 있다. 예배당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나올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교회에서는 주일예배를 마친 교인들이 교회에서 점심을 같이 하는 일이 흔하지만.

그들이 오늘날 지구상의 포유동물 중에서 인간 다음으로 많은 개체수를 가지고 살아남은 것은 그들의 왕성한 번식력 때문이다. 건강한 암컷 쥐는 한 해에 최소한 여섯 번은 출산을 하고 한 번에 6~9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그들의 앞 발 발가락이 4개, 뒷발가락이 5개라서 음과 양이 공존해서라는 그럴듯한 풀이도 있고 경자년(庚子年)에서 보듯 쥐띠를 뜻하는 자(子)가 이미 다산(多産)을 의미하지 않는가? 정월대보름에 하는 쥐불놀이가 그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쥐는 재빠르고 영리하고 부지런하기도 하다. 고양이와 쥐가 엎치락뒤치락 난장판을 벌이는 <톰과 제리>라는 만화에서도 언제나 이기는 편이 덩치 큰 고양이가 아니라 작은 생쥐였다. ‘쥐 소금 나르듯 하다’라는 속담은 쥐의 부지런함을 얘기해준다. 쥐들에게 먹을 것과 미로(迷路) 중에 선택하게 하는 실험에서 대다수의 쥐들이 먹을 것을 포기하고 미로 탐험에 나서더라는 연구 결과는 쥐들이 모험과 탐험을 즐긴다는 사실을 말해주기도 한다.

독자 제위께 지면을 통해 2020년, 희망의 새해 인사를 올린다. 지혜로움과 근면함과 다산(多産)과 풍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뛰는 도전과 모험의 한 해가 되시기를. 굿모닝, 2020!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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