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임대 밭에 주민공동 경작 “구슬땀”

“동해형님요. 이리와요. 깨모종을 누가 심었는지 다시 꼭꼭 눌러야겠어요”
“아이고 모종이 쓰러지겠네. 예미댁이 다시 잘 살펴봐”
가흥2동(고현) 1통(통장 이교형) 주민들이 지난 18일 오전 6시부터 마을 언덕에 위치한 마을 임대 밭에 모였다. 얼마 전부터 두마지기 밭에는 흙을 고르고 고랑을 만들고 비닐을 덮어 씌워졌다. 며칠 전에는 들깨를 심고 이날은 참깨모종을 심었다. 바쁜 농번기지만 30여명 가까운 주민들이 적극 동참해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남자가 긴 쇠파이프로 쏙쏙 구멍을 만들면 여자들이 모종을 옮겨 심었다. 심은 모종이 잘 자라도록 또 다른 남자가 물통을 지고 얇고 긴 호스로 모종에 물을 조금을 준다.

주민공동사업으로 올해 처음 시작한 농사일은 이교형 통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 통장은 “마을과 주민들을 위한 공동자금 마련을 위해 농사를 지어본 적은 없지만 주민 대부분이 전문 농사꾼이라 믿고 시작했다”며 “기반을 조성해놓으니 농사를 짓지 않은 주민도 동참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고 농사를 짓는 주민들은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함께 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옛날 마을 어머니회에서 재활용품도 모으고 고등어 장사도 했었다. 농사는 처음”이라며 “통장이 열심히 해보려는 마음이 있어 함께 도움을 주려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물주기를 하던 김형영(72)씨는 “나는 농사짓는 것이 따로 없고 농사가 직업이 아니었다”며 “통장이 마을을 위해 나서니 조금이라도 돕는 것”이라고 했다.

마을주민들이 가꾸는 텃밭 입구에는 ‘고현1통 마을공동텃밭 가꾸기 사업장’이라는 문구와 함께 동민들의 화합과 단합을 목적으로 하며 이익사업을 창출해 마을공동기금을 만들어 아름다운 마을을 가꾸고 마을발전에 기여한다는 글이 적혀있다.

이교형 통장은 “마을 안 쪽으로 들어가면 ‘괴정(槐亭)’이란 정자가 있고 동편에 우뚝 솟아있는 작은 산봉우리를 ‘태봉’이라 부른다”며 “이 태봉은 영조대왕의 왕세손의 태실이다. 사도세자와 혜경궁홍씨의 소생 의소세손[懿昭世孫, 휘(諱) 정]의 태실인 것으로 2008년 확인됐다고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적 의미를 살려나가기 위해 관광지로 둘레길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단오제때 이곳에서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하려고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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