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납치에 속아 2천만원 인출 요구
농협 금융창구 직원 기지로 막아

풍기농협(조합장 서동석) 창구 직원들의 기지로 5천200만원에 해당하는 대형 금융사기를 막아 조합원은 물론 1만3천 읍민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2시 여느때 처럼 창구손님을 맞고 있던 예금계 신정미 계장은 대기석에 앉아서 통화를 계속하고 있던 이모(67)할머니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 차례가 되자 이모 할머니는 전날 정기예금으로 농협에 맡긴 5천200만원 중 2천만 원의 인출을 요구했다.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신 계장이 용도를 묻자 “딸이 5천 200만원의 돈을 못 갚으면서 지금 납치돼 있다. 현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보이스피싱을 확신한 신 계장은 “어제 만든 예금이라 통장이 있어야 한다”고 하자 이모할머니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통장을 가지러 집으로 향했다. 인출책이 가까이에 있다고 직감한 객장 책임자 김영태 차장이 20~30m거리를 두고 할머니의 뒤를 밟았고 1km여나 떨어진 집으로 돌아가던 할머니는 계속 통화를 하면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풍기파출소 우명하 소장 등 3명의 경찰관이 할머니를 제지하자 “큰일 나는 꼴을 볼려느냐”며 한때 분위기가 험악해 지기도 했으나 영주경찰서 특수수사팀의 신원조회로 서울에 사는 딸과 통화가 이뤄지면서 사건이 일단락이 됐다.

한때 보이스 피싱에 속아 ‘납치’됐다던 딸의 안전 때문에 흥분했던 이모 할머니도 그제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풍기농협 서동석 조합장과 창구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박종섭 영주경찰서장은 지난 17일 오전 10시 풍기농협을 방문해 ‘전문가보다 더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창구직원’들이라며 일일이 격려한 뒤 감사장을 직접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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