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열폭주 의심 2시간 만에 진화
매립형 손잡이 때문에 차문 못 열어
빠른 속도로 충돌 70대 운전자 사망

전기 택시가 상가로 돌진한 뒤 불이 나 70대 운전자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5일 밤 9시 31분쯤 영주시 하망동의 한 내리막길을 빠르게 내려오던 전기 택시가 인도 위 상가 건물 모서리를 들이박았다. 충돌 5초 만에 불길이 치솟아 차량 전체로 번졌고, 70대 운전자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사고가 나자 소방당국은 장비 15대, 인력 45명을 투입해 2시간여 만인 밤 11시 23분쯤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현장에서 긴급 대응에 나섰던 상가 주인과 주민들은 “차량이 불이 나 동네서 소화기를 열몇 개를 사용했는데도 불이 꺼지지 않았고 운전자를 꺼내려 했지만 차량 문 손잡이가 없는데다 유리를 깨려고 해도 잘 깨지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사고 전기차의 차량 문 손잡이는 매립식 손잡이다. 앞부분을 누르면 뒷부분이 지렛대처럼 튀어나오는 형태여서 작동방식을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일반 자동차의 내연기관 화재의 경우 물로도 충분히 진화할 수 있지만 전기자동차는 리튬이온배터리가 외부 충격을 받아 손상되거나 과전류가 흐르면 단시간 내 700~800도까지 오르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 물로만 끄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사고는 레카차량까지 동원돼 차체를 아예 들어 올려 하부 배터리에 계속 물을 분사해 2시간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소방관계자는 “전기차는 충격에 의해서 화학반응이 일어나면 가연성 가스와 산소가 같이 발생한다”며 “배터리가 철재에 덮여 있어 소화 물질의 침투가 쉽지 않고 불타는 철제를 개폐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배터리 전압이 높아 가까이 접근해 물을 뿌리면 감전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소방본부는 전기차 화재 때 차량 전체를 덮어서 소화하는 ‘질식 소화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도내 질식 소화포는 30개가 배치됐는데도 이번 사고에는 사용하지 못했다. 사고 차 안에 요구조자인 운전기사가 탑승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배터리 부분을 물에 잠기도록 하는 것이지만 경북도내에는 이 작업에 필요한 ‘이동형 수조’가 하나도 없다.

한편 경찰은 차가 멈추지 않고 시속 90km 속도로 달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결함과 화재 원인 등에 대한 감식을 의뢰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