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가 살아 생생하게 움직이도록 그려야 지구도 산다’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기후지표 꽁치로 환경활동을 하는 재미(在美) 작가

그림 전시와 연관 퍼포먼스를 함께 하는 예술활동

 

고향 알리는 캐릭터 디자인 개발로 도움 주고파

‘선비 브랜드는 참 좋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ESG캠프 개최(가로줄무늬 옷_ 최아숙 작가)
ESG캠프 개최(가로줄무늬 옷_ 최아숙 작가)
환경교육으로 남양주시 표창장 수여
환경교육으로 남양주시 표창장 수여

환경문제가 지구 차원의 화두로 떠오른 시대이다. 기업경영에도 ESG(E:환경)가 중요 요소가 됐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자는 RE100은 이제 수출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지구 환경변화를 경고하는 다양한 지표가 있다. 그 중 하나가 꽁치이다.

크리에이터, 환경작가, 꽁치화가로 호칭되는 최아숙 작가는 영주시 하망동에서 태어났다. 최 작가는 미국시민권자로 국내 여러 곳에서 작품전시회를 열었다. 최작가는 현재 삼척에 거주하며 환경작가로서의 활동만이 아니라 지역의 이웃들과 함께 살며 그들의 생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캐릭터 디자인, 판로 연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최 작가의 페이스북에는 자신을 작가, 화가, 아트강사, 크리에이터로 소개돼 있다. 고향을 방문한 최 작가를 만나 왜 그림 소재가 꽁치냐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왜 꽁치를 그리나요? 특이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세계 유일의 꽁치 화가인 듯합니다.

그런가요?(함께 웃음) 원래 꽁치를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풍경화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제가 많이 아팠습니다. 격리되어 살며 심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냉동고에 남아있던 냉동꽁치를 해동하다 보니 너무 이쁘더라구요. 먹기에 아깝다고 생각하다 접시에 담아 그린 게 꽁치 그림의 시작이었습니다.

꽁치를 그 때 한 번 그렸더라도 그걸로 끝일 수도 있었을텐데 계속 그리셨는데 어떤 이유가?

꽁치 그림을 처음 그리고 계속 몇 개 그렸는데 딸과 딸 친구들이 방학 때 집에 와서 꽁치 그림을 보았습니다. 버클리대에 다니는 딸이 처음 보고 ‘엄마 그림이 확 바뀌었네.’라며 관심을 보이고 딸과 딸 친구들이 다들 ‘진짜 좋다’는 거예요. 그 아이들이 저희 집에 와서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나중에 다른 사람들도 와서 보고 같은 반응이었어요.

사람들 반응이 좋아 꽁치를 계속 그리셨나 보군요.

딸의 반응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듭니다. 딸이 저를 보고 천재라고 하더라구요. 천재는 버클리대에서 공부 잘 하는 너가 천재이지 왜 엄마가 천재이냐 했더니 딸의 말이.. ‘꼭 그림을 잘 그리고를 떠나서 이런 소재 특히 환경 소재를 찾아냈다는 거’라고 하더군요. 어린 아이로만 보았던 딸의 말이 제게 팍 꽂혔다고 해야 하나(함께 웃음). 꽁치 그림 한국 전시도 딸이 권하더군요. 경비가 많이 들거라니까 자기가 돕겠다고.

그렇네요. 제가 보기에도 이런 소재를 찾아내셨다는 게... 그런 소재를 찾아낸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 그리고, 그리기로 끝나지 않고 관련 활동과 연결시켰다는 것이 대단해 보입니다.

칭찬을 들으니 제가 걷고 있는 길에 대해 더 에너지가 나는데요(함께 웃음). 꽁치를 그리고 나서 꽁치에 대한 온갖 자료를 찾았습니다. 딸이 물으면 대답하기 위해서이기도 했구요(함께 웃음). 꽁치가 지구환경 지표, 기후지표의 하나였습니다.

모국인 한국 동해바다 꽁치가 멸종된 것도 알았습니다. 가슴 아팠습니다. 꽁치가 살아 생생하게 움직이는 걸 그리면 그릴수록 환경이 중요한 걸 알았습니다. 제가 활동하면서 ESG를 언급하는 것도 그와 관련이 있습니다.

'꽁치 자연순환 플리마켓' 행사 중
'꽁치 자연순환 플리마켓' 행사 중
기후위기로 더욱 절실해진 생태적 사고와 관계적 삶을 찾는 워크샵(맨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최작가)
기후위기로 더욱 절실해진 생태적 사고와 관계적 삶을 찾는 워크샵(맨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가 최작가)

어제(2023.12.28.)는 봉화에 있는 한국산림과학고 탄소중립 행사도 함께 하셨더군요.

꽁치 그림도 함께 했습니다. 학생들과 학부모, 참가자분들 모두 큰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환경을 생각하게 하는 행사라 더욱 뜻 깊었습니다.

쓰신 책 <GALACTIC : 총체적 진리>을 보면 ‘타국에서 모진 세월을 견뎌내며 삶을...’ 구절도 보이더군요. 고생이 많으셨나 봅니다.

당시 한국에서 살 수 없는 상황이 저를 미국에 가게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너무 길고 이미 오래 전 이야기이기도 하네요. 어린 딸과 함께 미국에 갔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남들이 그렇게 살 수 있냐고 할 정도였습니다. 아이가 커 나가는 걸 보면서 저는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20년을 미국에서 살았습니다. 고향에 온 것은 30년 만이네요.

따님이 버클이대학교 다녔다구요?

현재 다니고 있습니다. 재학생입니다. 장학금 받으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재학생이지만 얼마 전 주정부 주세청공무원으로 취업했습니다. 취득학점은 얼마 남지 않아서 가능한 졸업에 밎추어서 학업을 유지하고 학교수업도 회사일도 모두 재택 근무로 업무처리도 가능한 업무입니다.

따님이 졸업 전 취업도 하였군요. 축하합니다. 자랑스런 따님이네요.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따로 생활하니 서로 보고 싶겠군요.

자주 화상 통화를 합니다. 서로 무얼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릅니다. 웃음을 함께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저는 딸을 응원하고 딸은 저를 응원합니다.

부모자녀 간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사례가 주변에 많은데, 바람직한 부모자식 간 소통의 모델이군요.

그런가요? 부모와 자녀가 소통을 하는 게 소통의 기본이라 생각합니다. 부모자녀 간 소통을 잘 하면 자녀가 사회에 나가서도 소통을 잘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바다가 차가워지면 꽁치가 돌아와요' 캠페인하는 최작가 부부
'바다가 차가워지면 꽁치가 돌아와요' 캠페인하는 최작가 부부

현재 페이스북을 통해 거의 매일 자신의 활동과 사회현상을 연결한 내용의 글을 쓰고 계십니다. 저서에도 그와 같은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구요.

저는 제 삶을 살면서 제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온 경험을 이야기로 소통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사회가 더 나은 사회가 되도록 하는데 제가 하는 활동도 일조를 했으면 하구요.

선비는 늘 더 나은 삶을 추구한 모델이라 볼 수 있는데 ‘선비의 고장’ 출신답습니다. ‘고리타분한 선비’ 이미지는 잘못된 교육, 일제강점기에 주입된 허상이기도 합니다.

고리타분한 선비 논쟁과는 별개로 옛 선비 이미지는 이 시대에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브랜드 ‘선비’는 참 좋습니다. 활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선비가 쓰던 갓은 우리 고향이 캐릭터로 활용하면 지역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갓을 지역의 캐릭터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제안은 여러사람이 하고 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거기서 아이디어가 도출되면 바로 해 봐야 합니다. 저는 생각이 나면 바로 해 봅니다. 잘 될 때도 있고 잘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만 해 보면서 또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많이 체험했습니다. 옛 말총으로 만든 갓은 비싸잖아요. 비싸지 않게 만들면 되구요. 구겨서 주머니에 넣었다가 펴서 쓸 수 있는 갓도 생각할 수 있잖아요.

아이디어가 생기면 해 보기.. 고향에 와서 만난 분 중 페이스북 친구였는데 지인분은 영주의 특산 가공제품인 고구마빵과 생강도너츠를 베트남에 수출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실제 성공도 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렇군요. 아이디어가 있으면 자신이 바로 해 보는 것... 제가 좀 찔리는 말입니다(함께 웃음)

24년도 봄에 꽁치 그림 전시회를 하면서 꽁치와 연관된 우리네 추억을 살리는 행사도 함께 하자는 아이디어도 갤러리 대표님과 이야기 중에 나왔습니다. 옛 적산가옥들 사이의 골목길도 활용할 수 있고요. 우리네 옛 아날로그 추억과 감성을 다시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전국에 많잖아요. 그분들이 오시게 해야지요.

대부분 갤러리가 그림 전시를 합니다. 저는 그림 전시만 하는 것에서 더 확장하는 퍼포먼스를 겸한 마을축제같은 행사를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갤러리 대표님도 같은 생각이셔서 기뻤습니다.

현재 거주지가 삼척인데, 삼척에 정착하신 건가요? 삼척에 사는 지역민들 속에 들어가서 활동하시던데.

꽁치 그림 전시회와 인연이 닿아서 삼척에 가게 되었습니다. 삼척 주민 분들이 오라고 하셨구요. 삼척에 살면서 이웃 사람들의 생산물 캐릭터를 만들어 드리고 통신판매도 하시게 하고 있습니다. 역시 ESG활동과 연계선상이기도 하구요.

한국에 계시면 특별히 고향에 정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에는 갔다 오실 계획이?

24년도에는 미국 가서 직장 휴직 또는 재택 근무 연장 협의도 해야 합니다. 현재 재택 근무로 한국 시간으론 밤 시간에 일을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 디자인이라 굳이 사무실 근무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고향영주는 기회만 되면 오고 싶은 곳입니다. 저도 그런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고향에 며칠 체류하면서 어린 시절 친구들도 보고 많은 분들을 만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였습니다. 고향에 올 기회가 많이 생길 듯합니다.

고향 영주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씀도 많으실텐데 한 가지만 하신다면?

소백산을 활용해야 합니다. 저도 소백산 관련 디자인을 몇 개 해 보았는데, 소백산은 6차산업시대에 큰 자산입니다. 소백산에서 나는 것들이 참 많잖아요. 산소를 많이 만들어내는 이끼도 소백산에 많이 있구요. 환경을 살리면서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어내셨으면 합니다.

6차 산업혁명과 아날로그를 접목한 우물살리기 기술과 우물지도 바코드 시스템, 소백산 드론케이블카 등등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고도화된 현대 기술로 발전해 나가길 바랍니다.

                                    황재천 프리랜서 기자

 

 

 

 

 

 

 

 

 

최아숙 작가 프로필

- 영주중앙초등학교, 영주동산여자중학교, 영주영광여자고등학교

- 경북전문대 재적, 대구대학교 중퇴

- (현)G-ART 캘리포니아 지회장

- (현)KAPAC 대표

- (현)꽁치연구소 아티스트

- (전시)갤러리 마리 개인전(서울), 노을풍경 개인전(경산), 갤러리 아리꽃 개인전

  (서울), 금천구청(서울), 3.1운동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전

- (수상)2021년 AACW Award 플라스틱 재활용아트부분 Special Mention

- (저서)GALACTIC:총체적 진리(옛역사알리고, 2020.9.18), PLAN(옛역사알리고,               202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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