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아이들이 지은 집

                                    -홍이지민

 

벽돌도 못도

보이지 않아요

 

손등 위에 모래를 봉긋하게 쌓아놓고

‘토닥토닥’ 두들기기만 해요

 

허물고 두들겨도

시끄럽지 않아요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노랫소리만 들려요

 

아이들 손바닥이 문패처럼

‘꾹’ 찍혀 있는 집

아이들이 지은 모래집

 

-마음의 모래성

금모래 담뿍 담아 밥을 냠냠 먹는 소꿉놀이가 싫증 난 아이들이 집짓기를 하고 있어요. 모래 속에 손등을 넣고 “벽돌도 못도” 없이 오직 모래만 착착 두드립니다. 흩어지는 속성을 가져 결코 뭉칠 것 같지 않았던 모래알도, 물을 조금 섞어서 두드리고 두드리다 보면 둥그런 집이 완성됩니다. 커다란 아이들의 자부심도 함께 성취됩니다.

모래로 지은 집은 늘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모래성의 마지막 완성은 무너지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모래집뿐만 아니라 사는 동안 수없이 지었다가 허물어질 꿈이나 시련은 염두조차 둘 줄 모르는 아이들은 그저, 언제 어디가 무너질지 모르는 집을 짓고 또 짓습니다. 어른들은 아슬아슬한 삶의 모래집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기억으로 살고, 아이들은 천진한 꿈의 모래집을 지으며 반짝반짝 빛날 미래를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어른들과 아이들의 시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립니다.

“허물고 두들겨도 시끄럽지 않”고 “아이들 손바닥이 문패처럼 ‘꾹’ 찍혀 있는” 꿈의 모래집은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최고의 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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